밤사이에 눈이 내렸나보다.
쓸지 않아도 될만큼 적은 양이지만 길이 하얗다.
밟고 지나가도 발자국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아랫집 할아버지댁 마당엔
빗자루 자국이 선명하다.
빗자루 자국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눈이 내래 쌓인 날이면,
막내딸 등교길 편하라고 대비로 큰길 어귀까지 쓸어 놓으시고
부뚜막이나 아궁이 앞에 운동화도 따듯하게 덥혀 놓으셨다.
운동화를 신을 때, 발바닥에서 시작한 온기가 온몸에 전해져올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물론 몇발자국 못가서 싸늘하게 식어버리지만서도.
그때는 잘 몰랐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그것이 행동으로 보이신 아버지의 사랑이었구나 새삼 느낀다.
떨어진 메타세콰이어 열매를 집어 들었다가 사진을 찍어 보았다.
자세히 보기는 처음인데 자세히 보니 좀 특이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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