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9일 일요일.
맨발로 바닷물속을 첨벙거리며 유두교를 건넜던 즐거운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이 다리가 이제 곧 없어진다고 하니, 그 전에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모두들 오케이.
"잊지 말고 장화 꼭 가지고 와" 당부를 했다.
살갗에 물살을 느끼면서 걷는것이 제일 좋겠지만 아직은 발이 시리니까.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에 갔던 그날하고 물때가 똑같다.
3시 15분 만조.
이번에는 웅도의 하나뿐인 식당 웅도밥집에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바지락이 영글지는 않았지만 시원한 국물에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지난번에 투망을 던지던 아저씨를 만나, 오늘은 안하시냐고 물었더니
여름에만 한단다.
하긴 숭어가 새끼를 낳아야 하니까
이제 동네 한바퀴.
해안 데크길로 웅도항까지, 마을 안길로 반송까지 보고 왔다.
반송이 이렇게까지 클 수가 있구나.
400여년이나 된 반송이란다.
반송 보러 가는 길에 불이난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만큼 짙은 해무가 몰려왔다.
겁이 많은 한 친구가 그냥 돌아가잔다.
반송이 바로 코앞인데^^*
얼마나 크고 웅장한지, 한프레임에 다 들어오기가 힘들다.
가리비 껍데기는 굴을 양식하고
소라껍질은 주꾸미를 잡을 때 쓰는 거라고 하는데
눈썰미 좋은 친구가 "가짜도 있네" 처음보는 인조 소라껍질이 신기했다.
저 앞에 섬이 조도인줄 알았는데 매섬? 이라고 한다.
바닷길이 열리면 바지락도 잡고 낙지도 잡는다고 한다.
조도는 반송 보러 가는 길에 오른쪽 바닷가로 가면 된다.
밀물 때 와서 조도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웅도항에서...신난 친구들.
웅도항 부근에는 이런저런 기계들이 있다.
벨트가 돌아가며 무엇인가 선별을 하는 기계도 있고, 오늘은 감태를 세척하는 기계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마을 안길로 걸어오면서 웅도체험휴양마을 앞을 지나오는데
파란 감태가 곱게 널려있고, 주민 몇분이 뭔가 작업을 하고 계셔서 올라가 보았다.
감태를 뜨는 작업을 하고 계셨다.
널려있는 감태의 색감과 풍경이 너무 예쁘다.
오늘 웅도에서 내가 만난 풍경중에서 제일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펜션 영업과 카페와 매점을 하고 있고, 곧 식당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주머니께서 생감태 부침개를 한장 서비스로 부쳐주셨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감태 또한 달래간장에 찍어 먹으면 약간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다들 감태부침개 맛에 취해서
유두교를 건너오는데 다리 난간에 걸려있는 감태를 보며 반가워했다.
4시 30분쯤 유두교앞에 도착하니 가드레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장화를 신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건너편 입구에는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없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다니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로 행인들에게 불평을 하는 경우를 몇번 본 적이 있는데
그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배려를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럴 경우에는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했다.
즐거운 여행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친구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고 좋아하는지.
콧바람이 잔뜩 들어, 다음엔 어디 갈까? 또 어디 가자! 왁자지껄하다.
돌아와서 사진을 보며 생각하니
왜 애초에 다리를 만조에 물에 잠기게 만들었을까?
예산이 부족했나...
다리 위로라도 해수가 통하도록 환경을 생각해서...
아뭏든 이런 풍경을, 이런 즐거움을 다시는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는 하지만
생태환경에도, 주민과 관광객들에게도 더 좋고 편리한 다리를 만든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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