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보고 싶고, 나비도 궁금한 개심사
혼자서 정류장에서 개심사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친구의 연락을 받고 행선지가 죽도로 변경되었다
한 친구가 연락이 늦게되어, 배 출항 3분전에 남당항 매표소에 도착했다.
승선신고서를 두장이나 쓰라고 하는데
눈은 침침하고,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쓸것은 많다.
암튼 무사히 표를 사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바람처럼 뛰었다.
아마도 내 달리기 인생에서 두번째로 열심히 뛴 날일 것 같다.
남당항에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선착장 방파제에 사다리타기 게임이 그려져 있다.
칼국수 내기를 걸고 재미삼아 해보는데
오늘이 내게 길일인가 보다.
친구들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길일.
1인당 만원의 배삯, 그리고 칼국수.
결과적으로는 남당항에 나와서 다른 친구가 주꾸미를 사줬다.
1kg에 7만원. 꽤 비싸지만
잘 영글어서 탱탱하니 보들보들 셋이 먹기 딱 좋았다.
배는 1번 선착장이 아닌 11번 방파제에서 하선한다.
대나무가 많아서 섬 이름이 죽도가 되었단다.
죽도의 대나무는 하늘높이 솟아오르는 커다란 대나무가 아니라
작고 촘촘하게 자라난 신이대이다.
죽도 주변에 몇몇 무인도가 있는데, 지도를 보니 섬마다 이름이 있었지만
적어놔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섬 하나는 백로가 차지하고 있고
또 다른 두개의 섬은 가마우지가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
사진을 확대해보니 나무는 성한 나무가 하나도 없고, 가마우지는 육추가 끝나가는 것 같았다.
높은 나뭇가지에는 가마우지가, 바닥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있는 섬도 있었다.
데크길을 따라서 걷다가 전망대 하나를 지나고는 바닷가로 내려섰다.
물이 적당히 빠져 있어서 바닷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바람도 시원하고 좋았다.
바닷가로 걷다보니 해안 바위가 특이하다.
돌 속에 크고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지질학적으로 이런 돌들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공부는 나중에 하는 걸로.
죽도에는 대나무만 많은 것이 아니라
산책길을 따라서 양 옆으로, 꽃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동백나무를 심어 놓았다.
아직 어린 나무들이라 운치는 별로 없지만
꽃송이가 유난히 붉고 큼직한 동백이 눈길을 끌었다.
도자기로 예쁘게 장식해 놓은 전망대
동네 아주머니들께서 빠래고동을 빼고 계셨는데
친구가 사고 싶어도 현금 만원이 없어서 못 샀다.
통장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니 모르신다고. ^^*
요즘엔 다들 카드만 들고 다니니 가끔은 아쉬울 때가 있다.
주머니에 만원짜리 한장은 넣어 둬야겠다.
순정이는 잘 있대요? 하고 물으니
순정이를 아남? 시집갔어^^*
이름처럼 그 마음들도 참 순수하신것 같다.
바닷가에 나물을 말려 놓았는데 무슨 나물인지 모르겠다.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착장 풍경
11시 배로 들어가서 1시 30분 배로 나왔다.
시간대가 딱 좋을 때라서 들어갈 때나 나올 때도 배에 자리가 부족했다.
천천히 돌아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한 작은 섬이라서
경치 좋은 곳에서 간식도 먹고 쉬엄쉬엄 걸었는데도 시간 여유가 있었다.
첫번째 방문때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꽃양귀비가 활짝 피어 너무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작은 청보리밭과 동백 길가의 유채, 화사한 복사꽃이 예뻤다.
2023. 4. 16일 일요일.
'바람처럼 구름처럼 > 풍경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심사 청벚꽃, 그 후 (4. 29일) (10) | 2023.05.03 |
---|---|
개심사 청벚꽃 (6) | 2023.04.28 |
예산 추사 고택과 치유의 숲 (6) | 2023.04.17 |
쌍산재 (6) | 2023.04.14 |
고남저수지 벚꽃 길과 그녀의 원피스 (6) | 2023.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