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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소소한 이야기

친절한 버스정류장

 

 

 

 

 

 

 

광장에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은 항상 몇사람쯤은 의자에 앉아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날은 한 사람 뿐이었다.

퇴근 후 마트에 들렀다가 간 버스정류장에는

작은 체구에  약간 허술한 차림의 아저씨가 혼자 앉아 있었다.

겉모습 때문에 약간의 경계심을 숨기며, 좀 떨어진 곳에 앉았다.

 

잠시 후, 그가 일어서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살짝 긴장을 하며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 앞을 지나치더니 정류장 부스 끝에 있는 단추를 눌렀다.

순간 내 목덜미 뒤로 시원한 바람이 매미소리처럼 쏟아졌다.

 

그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모르셨나봐요" 하면서 씩 웃는다.

그 웃음은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에도,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맑았다.

수십년을 시내버스를 애용하는 사람인데 모를리가 있나.

저녁무렵의 날씨가 견딜만 해서 그냥 앉아 있었던 것인데..

순간 그를 경계하고 긴장했던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화단 멜람포디움에 찾아 온 친절한 왕자팔랑나비

 

 

 

 

요즘 시내버스 정류장은 참 친절하다.

시내는 물론 외곽의 곳곳에도 정류장마다 선풍기와 온열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에어컨이 있는 곳도 몇군데 있다.

여름도 그렇지만  겨울에 온열의자는 정말 최고다

특히 날씨가 추운 날, 따듯하게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앉아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만큼 기분이 좋다.

때로는 온돌방 아랫목이 생각날 정도로 따끈따끈할 때도 있다.

 

온열의자와 선풍기 덕분에

겨울에도 여름에도 기분좋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으니

친절한 버스정류장이 참 고맙다.

 

23.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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