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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23년, 뛰지 말고 천천히 걷자

주왕산의 가을 (23. 11. 4)

 

 

 

 

 

 

 

 

주왕산을 처음 찾은 것은 이십 대 중반이었다.

친구와 둘이서 서산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청송으로...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갔었다.

지금 그리 가라고 하면 안 가고 말 텐데

그땐 그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새해 달력이 나오는 연말이 되면 일단 연휴부터 살펴봤다.

그리고는 지도를 펴 놓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날짜와 갈 곳을 고르고 교통편을 살펴보았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이것저것 자세하게 좌르르 알려주지만

그때는 제일 큰 정보통이 지도였다.

 

 

2023. 11. 4일 천지산악회와 함께

대전사~ 자하교~ 주왕암 주왕굴~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대전사

 

 

 

 

유명한 청송사과.  과수원 뒤로 장군봉 방향이 보인다.

 

 

 

 

 

 

 

 

 

 

 

 

 

 

 

 

 

 

빨갛게 익은 감과 기암

 

 

 

 

 

 

 

 

 

 

 

 

 

 

 

 

 

 

 

 

 

 

단풍철과 청송사과축제일이 맞물려서인지 인파가 대단하다.

복잡한 대전사를 범종루 옆으로 올라서 지나갔다.

주봉 산행팀과 폭포 탐방팀으로 나뉘었는데

나는 혼자 살방살방 걷기로 했다.

 

이십 대 중반에 찾았던 주왕산의 기억은 희미했다.

주왕굴의 위엄에 놀랐었고

어마어마한 암봉사이를 걸어왔던 기억이 전부인데

그때도 용추협곡에 데크길이 있었을까?

 

 

 

 

 

 

 

 

자하교를 건너기 전 바위에, 꽃이 시든 둥근잎꿩의비름이 보였다.

꽃은 시들었지만 반가웠다.

기암의 조형물 뒤로는 진짜 기암의 꼭대기가 살짝 보인다.

기암의 가운데 봉우리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어느 봄날에  장군봉과 연화굴, 그리고 기암1봉을 올라보고 싶다.

 

 

 

 

 

 

 

 

 

 

 

 

 

 

 

 

 

 

 

 

 

오랜만에 보는 토종 보리수. 어렸을 적에 집 뒷산에서 많이 따먹었었다.

 

 

 

 

 

 

 

 

 

 

 

자하교에서 보는 계곡의 풍경이 아름답다.

단풍은 대부분 잎이 마른 상태였지만 바위와 어우러져 무르익은 가을을 그리고 있었다.

 

 

 

 

 

 

 

 

 

 

자하교를 건너 주왕암으로 향한다.

자하교에서 주왕암까지, 그리고 주왕암에서 용추폭포까지가

오늘 걸은 길 중에서,  단풍도 제일 곱고 예뻤을뿐더러

길 분위기도  여유롭고 고즈넉하니 너무 좋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것도 좋았다.

유독 단풍나무가 잎이 마른 나무가 많았는데

꽤 많이 보이는 생강나무가 물들어 산빛이 노랗다.

 

 

 

 

 

 

 

 

 

 

 

 

 

 

 

 

 

 

 

 

 

 

 

 

 

 

 

 

 

 

 

 

 

 

 

 

 

 

 

 

 

 

 

 

 

 

 

 

 

 

 

주왕암과 주왕굴 풍경

 

 

 

 

 

 

 

 

 

 

 

 

 

 

 

 

 

 

 

 

 

 

 

 

 

 

 

 

 

 

 

 

 

 

 

 

 

 

 

 

 

 

 

 

 

 

 

주왕암에서 용추폭포 가는 길 중간에 망월대가 있다.

망월대에서 바라보는 병풍바위와 연화봉, 급수대

 

 

 

 

 

 

 

 

 

 

 

 

 

 

 

 

 

 

 

 

 

 

 

 

이 길은 낙석위험 때문에 통제된 길이다.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가뭄이라고 느끼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가을 가뭄인가보다.

계곡의 단풍나무들의 잎이 마르고, 폭포의 물줄기가 가늘게 흘러내린다.

그래도 700여미터의 높지 않은 산에서 적게나마 계속 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신기하다.

얼마나 많은 물을 품고 있길래?

계곡의 물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신기하고 고맙다.

 

용추폭포의 협곡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

절구폭포 가는 좁은 길도 늦가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바람에 날리는 작은 잎새들,  계곡의 작은 돌탑,  여기저기 앉아서 쉬고 있는 무리들.

 

 

 

절구폭포 가는 길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련사로 다시 내려와

장군봉 방향과 기암을 바라보면서

꼭 다시 와보리라는 꿈을 가슴에 품으며 산행을 끝냈다.

산행을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