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4일
독경소리가 들려오고 계곡의 단풍너머로 영시암이 보인다.
시각은 여섯시 40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쯤에서 일출을 보고 있으려나?
영시암 한쪽의 쉼터에서 아침을 먹고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신다.
영시암에서 커피와 뜨거운 물을 준비해 오가는 이들에게 보시를 하고 있었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그렇게 힘들게 오는 길은 아니지만
가을의 쌀쌀한 새벽 날씨에 따뜻한 한잔의 커피는 휴식이고 위로였다.
여섯명의 일행 중 한 사람은 마등령까지 다녀오겠다며 먼저 출발했고
다섯이서 천천히 오세암까지 동행했다.
함께한 동창생들
이른 시간이라 영시암은 한가로웠지만
내려오면서 본 영시암 쉼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시취를 오랜만에 본다.
미국산사나무
오세암까지는 어렵지 않다고 누가 말했지?
사람에 따라 다를테니 거짓말을 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내게는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어렵다고 했으면 희망을 품지도 못한 채, 지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크게 가파르거나 험한 길은 아니었지만
오르막길에는 워낙 약하다보니 친구들을 한참씩 기다리게 했다.
언덕 위에 오로면 보이는 표지판.
이제 다 왔구나. 한도의 숨을 내쉰다.
내리막길을 조금만 걸으면 오세암이다.
이곳이 만경대 갈림길이었는데....
7시 30분에 영시암을 출발해 9시 10분에 오세암에 도착했다.
3.5km의 거리를 이 정도면 내 기준으로는 아주 양호한거다.
일주문 역활을 하는가보다.
북, 범종, 운판과 목어.
사물을 한 곳에 둔 사찰은 처음 본다.
화려한 목어와 운판
참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오세암
오세동자의 전설 때문인지 웬지 애틋함이 느껴진다.
경내에서 둘러보는 주변 풍광도 너무 좋다.
오세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백과사전을 찾아 보는 걸로 하자.
내려가자는 일행을 먼저 내려보내고 조금 더 서성거리다가 백담사로 향했다.
어둠속에 지나쳐 온 백담사를 둘러보고, 약속시간에 맞추려면 더 지체하면 안될것 같다.
험한 길은 아니지만 거리가 있다보니 다리가 무겁다.
영시암에서 끼고 내려오는 계곡이 구곡담계곡이라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누구하나 발걸음을 재촉하지도 우산을 꺼내지도 않는다.
백담사에 도착하여 대충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좀 더 둘러보면 좋겠지만 더는 걷고 싶지가 않다.
소중한 내 다리를 더는 혹사시키면 안돼지.
벌써 20km 가까이 걸었는데.
셔틀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의자에 걸터 앉는데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힘드시지요?"
게면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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