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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23년, 뛰지 말고 천천히 걷자

23년 송년산행 가야산 (옥양봉~ 석문봉) 2023. 12. 25. 아무래도 친구에게 또 낚인것 같다. 전날 옥순봉 구담봉 산행을 했으니 가볍게 봉수산 가자해서 따라나섰는데 가는 동안 자꾸만 가야산이 좋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 친구가 가야산이 가고 싶은게로구나. 힘들어서 그렇지, 산세나 산 타는 맛이야 어느 고산에 뒤지지 않는 가야산이다. 옥양봉 입구 마을주차장~ 옥양봉~ 석문봉~ 첫번째 내림길 아는 길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가파른 오름길을 어이할거나. 산행 초보시절, 훈련산행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해서 가끔 올랐던 옥양봉이었다. " 이렇게 힘든데 왜 왔을까" 내 푸념에 친구가 현답을 내놓는다. "산행 끝내고 내려왔을 때 기분을 생각해봐" 마른 나뭇가지의 눈은 다 녹아내렸지만 무거운 눈의 무게에 소나무가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내게서는 탄성이.. 더보기
옥순봉 구담봉 산행 충주호를 끼고 낮게 드리워진 산 옥순봉 구담봉. 9년전인 2014년 제비봉을 산행하면서 건너다 보이던 구담봉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서야 그 바램을 이룰 수 있었다. 2024. 12. 24일 내포산악회를 따라서. 계란재주차장~ 삼거리~ 옥순봉~ 구담봉~ 주차장 4시간 옥순봉 286m, 구담봉 330m 낮은 산이지만 산악회를 따라나서면 시간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미리 살펴본 두 봉우리는 가파르게 내려섰다가 올라서야 하는 옥순봉과 계단지옥이라는 표현을 했을만큼 사진에서 보는 구담봉은 가파른 계단길이었다. 부딪쳐보기도 전에 겁을 먹고 여차하면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하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어서.. 더보기
팔봉산의 늦가을. 최고의 산행 파트너와 함께 2023. 1. 19. 양길리 주차장~ 1봉 갈림길~ 2봉~ 3봉~ 운암사터~ 양길리주차장 늦가을 곱게 물든던 등산로 초입의 단풍나무들이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단풍이 든 나무도, 아직 푸르름을 자랑하는 나무도, 마른채 매달려 있는 나뭇잎도 가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단풍든 오솔길을 보지 못하는 나도 아쉽지만 더 아쉬운것은 나무들이겠지. 우럭바위 1봉 감투봉 우럭바위와 거북이바위. 거북이 보다는 공룡을 닮아 보인다. 2봉 코끼리바위. 이보다 더 코끼리같은 바위가 바로 앞에 있다. 단풍이 아니라도 팔봉산은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작지만 산행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비슷한 산행취향을 가지고 있는 그녀와 동행할 때는 특히 더 즐겁다. 산행과 바위를 오름에 있어 그녀가 나보.. 더보기
주왕산의 가을 (23. 11. 4) 주왕산을 처음 찾은 것은 이십 대 중반이었다. 친구와 둘이서 서산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청송으로...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갔었다. 지금 그리 가라고 하면 안 가고 말 텐데 그땐 그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새해 달력이 나오는 연말이 되면 일단 연휴부터 살펴봤다. 그리고는 지도를 펴 놓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날짜와 갈 곳을 고르고 교통편을 살펴보았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이것저것 자세하게 좌르르 알려주지만 그때는 제일 큰 정보통이 지도였다. 2023. 11. 4일 천지산악회와 함께 대전사~ 자하교~ 주왕암 주왕굴~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대전사 유명한 청송사과. 과수원 뒤로 장군봉 방향이 보인다. 빨갛게 익은 감과 기암 단풍철과 청송사과축제일이 맞물려서인지 인파가 대단하.. 더보기
오서산, 다시 산을 꿈꾸다. 지난주에 이어 이주 연속 오서산을 찾았다. 그때는, 그때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지금이 최고인 것 같다. 황매산에서 시작된 철, 딱, 서, 니 의 세번째 산행. 오랜 산친구와 든든한 두 아우님 덕분에 산행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산행 중에 둘리님이 꺼낸 말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함께 했던 산행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민주지산...등 등. 그들이 아니었으면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을 산행들이어서 내게는 모두 잊을 수 없는 산행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나보다. 둘리님이 리마인드 산행을 계획하고 있단다. 그 첫번째로 지리산을 꼽았다. 갈 수 있을까? 겁도 나고 자신도 없지만 어쩌면 그들과 함께라면 한번 도전.. 더보기
영시암, 오세암, 백담사 2023. 10. 14일 독경소리가 들려오고 계곡의 단풍너머로 영시암이 보인다. 시각은 여섯시 40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쯤에서 일출을 보고 있으려나? 영시암 한쪽의 쉼터에서 아침을 먹고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신다. 영시암에서 커피와 뜨거운 물을 준비해 오가는 이들에게 보시를 하고 있었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그렇게 힘들게 오는 길은 아니지만 가을의 쌀쌀한 새벽 날씨에 따뜻한 한잔의 커피는 휴식이고 위로였다. 여섯명의 일행 중 한 사람은 마등령까지 다녀오겠다며 먼저 출발했고 다섯이서 천천히 오세암까지 동행했다. 함께한 동창생들 이른 시간이라 영시암은 한가로웠지만 내려오면서 본 영시암 쉼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시취를 오랜만에 본다. 미국산사나무 오세암까지는 어렵지 않다고 누가 말했지? 사람에 .. 더보기
바람 불어 좋은 날. 오서산 억새 산행 2023. 10. 21일 토요일 쉰질바위~ 능선 삼거리~ 오서산전망대~ 원점회귀 억새산행도 좋고, 상고대 산행으로도 멋진 곳이고, 지리적으로도 비교적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도 산행은 몇번 하지 못했다. 3년만에 다시 오서산 산행 약속을 했다. 시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헌데 친구가 오서산 억새가 그립단다. 그 마음이 어찌나 간절하게 전해지던지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을 하였다. 덕분에 나도 환상적인 오서산의 억새산행을 했으니 오히려 내가 그녀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 가는 길에는 예보에 없던 비. 하지만 뭐 금방 그치겠지.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자 거짓말 같이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임도를 오르는 동안 흐렸다가 개었다가... 능선을 걷는 동안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거센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더보기
별들의 고향 용대리 (용대리에서 오세암까지) 2023. 10. 13 ~ 14 무박산행 등산팀 : 한계령~ 한계령삼거리~ 대청봉~ 소청봉~ 봉정암~ 수렴동계곡~ 백담사 (20km 남짓) 나는? 용대리~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백담사. (산행팀과 별반 차이 없음) 빠르게 걷기로 소문난 아우리산악회에서 설악산을 간단다. 코스를 보니 날머리에서 서성이다 와도 좋을 듯 하지만 괜히 회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친구 둘이 백담사 언저리에서 걷다가 온다며 함께 가자고 청한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저녁 10시에 서산을 출발, 2시에 산행팀 한계령 하차. 이쪽 팀은 6명 백담사행 첫 버스 출발은 7시다. 새벽 3시 30분, 잠도 안 오고, 그냥 걷기로 했다. 랜턴불빛으로 계곡을 비추며 물소리 벗삼아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걸으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