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저수지를 내려다보며 임존성 한 바퀴 돌고 싶어서
봉수산 산행을 계획했었다.
마침 눈도 내리니 금상첨화일 것 같은데
계속되는 한파예보와 도로에 쌓인 눈이 무리일 것 같아서 취소를 하고
맑음님에게 해미읍성 한바퀴 동행을 청했다.
모처럼 내린 눈다운 눈.
항상 왁자지껄하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강추위에 뜸하고
온통 하얀 세상으로 변한 읍성 안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이 추위속에서 선뜻 동행에 응해준 맑음님 덕분에
해미읍성 산책길이 한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입구에 우산을 빌려 주는 곳.
맑음님은 파란우산을, 나는 노란 우산을 빌렸다.
만약 내가 빌린 우산을 그냥 갖고 온다면
그건 양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신이 없어서란 걸 알아주시길 ^^*
천주교 박해의 아픈 역사가 있는 호야나무 (회화나무)
소나무숲을 지나 미끄러운 눈길을
우산을 지팡이 삼아 성벽 위로 기어올라갔다.
읍성을 지키던 군사의 발걸음같이 비장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그때, 산책로를 돌던 아저씨가 꽈당 넘어진다.
걱정이 되면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다.
" 웃어서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성벽 위를 걷는 우리를 보고 조심하란다.
언덕을 내려서며 눈 위에 미끄러졌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미끄러진 김에 아예 미끄럼을 타며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