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 13
칠공주파의 나들이 날
한명이 빠져 여섯명의 아줌마들이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팔봉산
알뜰한 두 친구가 쑥개떡을 쪄가지고 와 김밥과 약간의 간식을 사가지고 시내버스를 탔다.
구도로 향하는 시내버스는 코를 찌푸리게 하는 냄새로 가득했다.
아주머니들의 보따리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짐작이 간다.
그래도 출발전부터 이야기들이 무성하다.
시끌시끌 꺄르르...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한분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뒤돌아보신다.
미안하지만 어쩌랴
조금 목소리 줄여야지
입구에 내려 걸어올라가는데
길가에도 꽃밭, 산에도 꽃밭이다.
진입로에는 벗꽃을 길게 심어놓아 몇년이 지나면 아마 이곳도 벗꽃 명소가 되지 않을까
길옆 둑에는 쑥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쑥개떡을 쪄가지고 온 알뜰한 두 아줌마 왈
우리 산에 가지 말고 여기서 쑥이나 뜯자는데
"걱정마 어제 양대리 논두렁 자전거로 돌면서 보니까 여기보다 더 많어. 우리 15일에
일찌감치 투표하고 도시락 싸서 쑥 뜯으러 가자
큰 부대 가지고 가야 할 걸"
그렇게 해서 이틀후의 계획까지 완료.
날씨 정말 덥다.
혹시나 하고 배낭속에 여벌 잠바까지 챙겨왔는데 입었던 조끼마져 벗어야 할 판이다.
산길 옆에는 하얀 남산제비꽃이 정말 많이 피어있었고, 드문드문 현호색도 보였지만
역시 눈에 띄는 것은 봄처녀 볼빛같은 진달래꽃이다.
많지는 않았지만 이제 신록이 시작된 산빛을 환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이었다.
이제서 산행 시작인데 자칭 약골 아줌마 둘이서 뭐라도 먹고 올라 가야 하겠단다.
조금 더 참고 1봉과 2봉의 갈림길에서 먹기로 하고 올라왔는데 그 좋은 자리는 이미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차지하고 있다.
너른 바위를 찾아 좀 더 올라가야 할 듯 싶다.
"벌써 배고파? 아침들 안 먹고 왔어?"
"먹었지. 참 먹을 시간이잖아 "
그래 열시가 넘었으니 농사철의 농부들한텐 막걸리 한되 곁들여진 참 시간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쪄온 쑥개떡을 먹었다.
상큼한 향하며, 쫄깃쫄깃한 쑥개떡 맛이라니
언젠가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하필 개떡이라 했을까?"
"글쎄 맛있어서 그랬나"
그래 맛있는 떡이 개떡이다.
그 중에도 쑥개떡.
좋은 사람들과의 산행이라 그런걸까?
쉬엄쉬엄 가는 속도 때문일까?
아니면 내 체력이 좋아진걸까?
걷는 길이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
나물에 일가견이 있는 또 한친구
뭔가 발견했다.
횟잎나물? 고춧잎나물? 햇잎나물?
어떤 초보 아줌마가 그러더란다.
햇잎나물? 그럼 봄에 나오는 햇잎 말인가요? ^^*
아직 따기엔 좀 덜 피었지만 모두들 봉지를 꺼내들고 둘씩 셋씩 짝을 지어
나물을 따기 시작한다.
모아서 나누기로 했지만 아직 작아서 도무지 부피가 늘어나지 않는다.
큰 나무 보다는 땅에 가까운 키작은 나무들이 더 많은 잎을 피웠다.
아마 가지 끝까지 봄 기운을 끌어올리기가 힘겨웠나보다.
그래서 그냥 몇명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한친구는 진달래 잎 새순도 땄단다. 횟잎나물인줄 알고 ^^*
아 이래서인가보다.
산길이 힘들지 않은 이유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그것들이 있어서 말이다.
논두렁의 쑥
아기 주먹같은 고사리 한줄기
이제 잎을 피우기 시작하는 나물들...
나이 사십넘어 겨우 그런것들에 마음 설레이냐고 코웃음 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알뜰한 아줌마들에게는 이 봄에
그것들 보다 더 예쁘고 맘 설레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나는 알뜰한 아줌마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산에 가는 그 자체가 더 맘 설렌다.
눈으로 만날 그 모든것들에 마음이 설레인다.
그렇게 우리는 일곱봉을 넘어 집으로 왔다
(방향이 다른 제 1봉은 언제나 바라만 보고 온다)
멀리 여덟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왼쪽부터 1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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