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3일 목요일 흐림
남부지방에 큰 피해를 주고 지나간 태풍 에위니아의 뒤를 이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서울중부지방에 인명피해는 물론 재산피해까지 계속 안타까운 뉴스가 들려온다.
이어지는 호우경보, 호우주의보
어찌해야 하나..고민을 해보지만 결론은 이미 나 있다.
나에게 주어지는 귀한 기회를 놓칠수는 없지 않는가
말로만 수없이 들어왔던 불일폭포..가봐야지 않겠는가
아침 일곱시 출발
날씨 때문인가보다. 신청한 사람중에 30명 정도가 불참하여 40여명이 두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출발했다.
다행히 날씨는 흐리기는 했지만 간간히 햇님이 얼굴을 내밀어 인사를 건넨다.
목적지인 쌍계사에 도착할때까지 별다른 피해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다행이다 싶다.
구례를 지날때 둑에 심어진 원추리꽃이 눈을 잡아 끈다.
주황의 점으로 멀리 보이는 그 꽃들이 참 예쁘다.
대부분의 것들은 여럿이 모여 있을 때 훨씬 더 보기에 좋은것 같다.
사람도 역시 더불어 살아야 하고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는데 강둑에 물이 쓸고 지나간 자취가 역력하다.
흙탕물이긴 했지만 물결은 잔잔했고, 래프팅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열한시 30분경 쌍계사 주차장에 도착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시까지 집결하라는 얘기를 듣고 각자 출발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계곡으로 접어들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물의 힘인가
완만한 오름 길이지만, 어쩌다 한번 따라나서는 나같은 초보자에겐 그것도 힘이 든다.
축축히 젖은 바위들이 긴장하게 만든다.
행여 넘어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동행에게 폐가 될테니 조심해야지
산길 역시 태풍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다.
꺽인 가지와 떨어진 열매들이 슬프다.
쉬엄쉬엄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봉명산방오두막이 보였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여러번 읽어 보았던터라 반가웠다.
지나면서 보니 수염을 길게 기른 할아버님이 퍼다 놓은 흙을 고르고 계셨다.
아마 변규화옹이리라.
인사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용기가 없어 그냥 지나왔다.
내려올때 인사여쭤야지 하면서..
물소리가 커지는것을 보니 폭포가 가까웠나보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바위틈에 비비추며 산수국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폭포를 향해 내려서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폭포줄기가 너무 멋지다.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것이 얼마나 후회되던지..
참으로 신기하다.
저렇게 쉼없이 버리는데도 끊임없이 채워지는 물줄기....
폭포가 내게 말하는 듯 하다.
집착하지 말라고
욕심부리지 말라고
버리는 방법을 배우라고
난간위에 가득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소음속에서도
또렷이 들린다.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그럴수 있을까?
비워내야지
버릴 수 있을까?
노력은 해 봐야지
내려오는 길에 오두막에서 점심을 먹었지만 할아버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연못에 주인을 닮았을 속까지 맑은 작은 물고기들이 자유롭다.
내 앞에서 떨어져 내리던 폭포수들은
나보다 먼저 산 아래로 내려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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