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조차도 묻어 두었었나보다.
한동안 이런저런 일로 산을 찾지 못했고
시선조차 비껴 두었었다.
강천산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잊혀졌던 지난 어느날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되살아난다.
시간상의 순서는 상관없다.(내 능력 밖의 일인지라)
세상에 오고가는 일도 순서와는 상관 없지 않는가
지난해 4월이었는지 5월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찬찬치 못해서야....
어쨌든 봄날이었다.
초입에 산기슭에 핀 작은 꽃과 "어 벌써 피었네" 하며 인사를 나누었었다.
거대한 인공폭포는 웅장하다기보다는
엄마의 넓은 치마폭처럼 그 안에 폭 안겨들고 싶게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조금 더 아찔하게 무서웠으면 했던 현수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어 내며 오늘도 현수교는
하늘을 보고 있을까? 계곡을 보고 있을까?
산빛을 안아 물빛 짙은 저수지
그 물을 곁에 두고 걷는 낮으막한 길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그다지 험하지 않은 경사면인데도 오르는 길에
유난히 숨이 턱에 차올라 힘이 들었다.
"쉬어가자" 말하면 반가운 눈빛 건네는 걸음 느린 친구가
그때도 곁에 있었다.
몇번의 숨을 고를 즈음
"다 왔다"는 누군가의 말에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한편 아쉽기도 했다.
만나지 못할 먼 선을 눈으로 훝으며 아주 짧은 길을 돌아서 내려왔던 것이다.
부드러운 길을 산책하듯 그렇게 걸어 내려왔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길 건너편 계곡에 설치물로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을 바라보면서
그 길을 걷고 싶었었다.
뚜벅뚜벅 소리가 날것같은 그길을 이번엔 걸어봐야지
강천사에 있다는 수피가 예쁜 모과나무도 보고 와야지
사육장안의 예쁜 원앙들은 잘 있을까?
지금 그곳을 흐르는 물도 그때의 물이 아닐것이다.
꽃도 그때 그 꽃이 아니겠지
함께 걷는 사람들도 그때의 그 사람들이 아니고
내가 걸을 길도 그때 그 길이 아니고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닐 터이지만
산은 그 때의 그 산....그 산을 만나러 간다.
산길을 걸으면서 친구에게
욕 한마디 해줘야겠다.
봄비 같은 놈이라고...
꽃 같은 놈이라고...
누군가 나에게도 한마디 욕을 해주면 좋겠다
나무 같은 놈이라고...
새 같은 놈이라고
'산에서 나를 만나다 > 산행일기(2005~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멩이 낙석되다 (0) | 2007.05.21 |
---|---|
어느 봄 날...강천산 (0) | 2007.04.15 |
운악산...줄에 온몸을 맡기고 (0) | 2007.03.20 |
버리는 연습.....불일폭포 (0) | 2006.07.16 |
세번째 만남...속리산 (0) | 2006.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