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세번째 만남...속리산

첫번째의 만남은

1981년

첫 직장에서의 직원들의 단합대회를 겸한 산행이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어서인지 기억이 희미하다.

 

두번째 만남

1982년

제일 말단직원인 내가 제일 먼저 휴가를 받아서 찾은 곳이 속리산이었다.

휴가끝에 자리잡은 토요일을 땡땡이칠 생각을 했었으니

지금의 내가 요즘 아이들을 보듯이 그때의 어른들에게는 내가 당돌한 신세대였을 것이다.

네살 아래의 조카랑 둘이 출발하였고 나중에 친구 한명이 그곳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사하촌에 숙소를 정하고 속리산에서 3일을 보냈는데

추억거리가 참 많았다.

장마철인 탓에 3일중 이틀은 틈틈히 비를 맞으며 다녀야했고, 갑작스런 소낙비에

작은 저수지?둑의 창고 같은 곳에서 비를 피하기도 하였다.

선방에서 공부하시는 스님을 한 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의 안내로 법주사 주변 작은 봉오리들을 둘러보기도 했었다.

저수지 창고에서 비를 피할때도 그 스님께 안내받던 중이었는데

그곳에서 환생에 대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번개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새벽 두시까지

빗속에 서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번개를 새롭게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번째 만남

2006년 5월 18일......많은 사람들이 지난날의 상처를 되새기고 있을 지도 모를 그날...

속리산과의 세번째의 만남을 가졌다.

세번째라는 말에 산과는 전혀 상관없는 글귀가 떠오른다

.........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피천득님이 "인연"이라는 수필 마지막 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세번째의 만남을 통해 네번째의 만남을 꿈꾸어 본다.

내가 속리산과의 인연이 깊음인가?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건데 법주사쪽에서 문장대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았기에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상주의 화북면 쪽에서 오르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산행은 급경사도 별로 없고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았지만

강골이 아닌 체력탓에 초반부터 힘이 든다.

산행을 따라가면서 매번 하는 다짐은 이번만큼은 꼴찌를 면해야지 하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든 나는 그래서 언제나 출발을 서두른다.

그러나 워낙 느긋한 성격에 볼것 다 보면서 다니는 탓에 결과는 언제나 꼴찌이다.

반가운 야생화를 만나면 멈추어 인사건네고, 새소리를 들으면 그냥 들으면서 가면 될것을

위를 본다고 찾지도 못할거면서 걸음을 멈추고는 나뭇가지사이를 둘러보곤 한다.

그러면서 지친 숨을 돌리고....

 

노랑제비꽃과 별꽃이 더러더러 보였다.

연분홍 산철쭉이 한창이다.

그러나 오월은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다운 계절이다.

저마다 다른 깊이의 연두와 초록들이 뿜어내는 산빛은 말을 잃게 한다.

멋진 풍경속에서 틈틈히 사진을 찍어가며 도착한 문장대

 

문장대 표지석을 배경으로...

 

 

 

문장대

그 곳에 서서 한줄의 시는 커녕 말조차 잃어버렸다.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은 정말 꿈을 꾸는 듯 아름답다.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울려 저렇게 아름답구나.

그들이라고 저희들끼리 다툼이 없을까?

서로 어깨를 기대고, 손잡고 소근거리다가도

부딪치고, 찢기우고, 멍들고, 부러지고, 떨어지고......

그것은 공존을 위한, 그리고 더 아름다운 산을 위해 그들이 기꺼이 감내해야할 것들이겠지

사람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일터.

나도 하나의 나뭇잎이 되어 그곳으로 뛰어 내리고 싶었다.

 

많은 풍경들을 눈에 마음에 담고 내려오는 길

시원한 아니 시리도록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궈 오늘하루 무거운 나를 메고 다닌 수고를 위로하고

잠시 떠나왔던 俗으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