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아침
자전거로 청지천을 한바퀴 돌려고 나왔는데
지난해 꺽었던 한 줌 고사리가 생각나서 살짝 길을 비껴 올라간 공동묘지..
흐린날씨에 바람..
한개 두개 꺽다보니 춥고 손도 시리고
흙묻은 손가락을 바지에 쓱 쓱 문지르고 호호 불어가며
고사리를 꺽었다.
덜덜 떨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곳의 꽃들이 내 발목을 잡아당겼나보다.
저만치 떨어져 꺽던 할머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어제는 고사리 꺽어 7천원을 버셨다고 자랑을 하신다.
나는 이제 그만 꺽어야겠다.
팔아서 돈 벌 일이 아니니까
꽃들도 얼마나 많은지
오늘 처음보는 작은 제비꿀도 반갑고
완전 군락을 이뤄 노란 물결을 만들고 있는 대극도 예쁘고
시들어가는 중이었지만 그래도 예쁜 각시들은 또 얼마나 많던지.
쇠뜨기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너무나 맑고 영롱하여
카메라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하였지만 예쁘게 담아올 수가 없어 무척 아쉬웠다.
(조개나물)
(각시붓꽃)
(쇠뜨기)
청미래덩굴의 꽃들도 소담스레 피어있다.
뜨거운 여름날의 햇살을 다 받아내고 가을이 되면 붉고 탐스런 열매송이로 산길에서 나를 반기겠지
대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꽃들이 너무나 앙증맞고 예쁘다.
잎 또한 모양이며 색깔이 너무나 아름답지만 작은 꽃은 카메라에 담기가 힘이 든다.
제비꿀이라........
사진에서는 보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만났다.
묘지에서 처음 만나는 꽃들이 참 많은것 같다.
얼치기 완두도 그랬고...타래난초도 그랬다
작아서 더 아름다운 꽃...제비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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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저녁무렵 다시 청지천을 달렸다.
언덕위에 보이는 공동묘지는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했지만 해가 기울어가고 있엇다.
똑 같은 공동묘지이고 날의 밝기는 오히려 그날의 새벽보다 더 밝았지만 갈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밝아오고 있다는것과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의 차이...
같은 대상을 두고도 주변 환경에 따라 이리도 마음이 달리 움직인다는 사실에 좀 당혹스러웠다.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내 인생도 이리 달라지겠구나..
알면서도.....
내가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