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1일 토요일 날씨 흐림
작은아이는 늦도록 잠을 잘 것이다.
나도 집에 있으면 tv나 보면서 빈둥거릴것이다.
자전거로 청지천이나 한바퀴 돌아야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세수만 하고 가방에 물한병 챙겨 나오다 보니 모자를 두고 나왔다.
맨 얼굴에 머리가 엉망일텐데...
다시 들어가기 싫어 그냥 출발했다.
왜가리와 백로들이 물가에서 한가롭다.
두 다리를 쭉 펴고 나는 왜가리의 늠름하고 여유 있는 날개짓은 볼때마다 감탄사를 자아내곤 한다.
산딸기 군락지에 빨갛에 익은 산딸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누군가 자전거 바구니에 버려둔 신문지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줄은 몰랐다.
신문을 접어 그곳에 딸기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따 담았다.
둑 아래쪽에도 탐스럽게 익은 딸기들이 많았지만 행여 뱀이 나올까 무서워 내려갈 수가 없다.
때로는 거미줄 때문에...거미에게 미안하다 사과하며 줄을 걷어 다는 풀 줄기로 이사시키고 따기도 하였다.
벌레들 양식은 좀 남겨둬야지
아직 익어야 할 딸기들도 많이 남았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것 같다.
달리다 보니 버드나무에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앉아있다.
조심조심 카메라를 들이대보지만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사진 몇장 찍고 무심코 돌아서는데 몇번 날개짓을 해보지만 여전히 날지를 못했다.
자세히 보니 거미줄에 걸려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구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뭇가지가 손에서 멀기도 하였지만 거미에게는 또 못할짓을 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고도는 자연계의 생존경쟁에서 나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어느것이 선이고 어느것이 악인지 얼른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냥 자연의 순리에 맡겨두기로 했다.
누군가 먹어야만 한다면 누군가는 먹혀야 하는것일테고
누군가 풍족함속에서 행복에 겨워할 때 또 누군가는 어깨 웅크리고 결핍에 몸을 떨고 있을 것이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뿐만이 아니라 인간세상에서도
약육강식이 자연의 순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인것을
논두렁을 한바퀴 돌아 묘지쪽을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올라가 보았다.
그곳에도 딸기가 많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곳의 딸기는 이제 꽃망울을 맺는 아이부터 시작해 꽃을 피우고 있는 아이, 열매를 키우고 있는 아이
농익어 흐물거리는 아이까지 다양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딸기밭을 이루고 있을 것 같았다.
몇알 따 돌아와 믹서에 갈아 얼려두었다.
얼마나 신맛이 강한지....요구르트를 넣고 설탕을 넣었어도 눈이 저절로 감기고 입에 침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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