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31일
달리는 일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다.
하지만 자전거와 함께 달리는 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다.
청지천을 달리다가 문득
내 옆에 나란히 일렁이는 들판가운데를 달리는 내 그림자를 본다.
나와 자전거의 무게쯤은 아무것도 아니란듯이
전봇대와 나무 따위도 아랑곳 없다는 듯이
벼는 꼿꼿하게 선 채 햇살과 세월을 마시고 있다.
내 몸이 가벼워 진 걸까?
내 맘이 잘 비워진 걸까?
열기를 식히며 기우는 태양이
양품점의 거울처럼
본래의 내 모습보다 조금 더 길게... 그리고 조금 더 가늘게 비춰준다.
손을 흔들어 본다.
그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지만 표정을 알 수가 없다.
그저 내 맘과 같으리라 짐작할 뿐
고개를 돌리고 다시 달린다.
함께 하는 이가 있으니 달리는 일이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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