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2일 토요일 오전
식구들은 집에서 자고 있고
누구는 향적봉에서 가슴을 펴고
누구는 계룡산을 홀로 걸을제
나는 자전거의 두 바퀴를 빌어 논두렁을 달린다 ^^*
하수종말처리장 앞 저수지..저수지 이름은 모르겠다.
죽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한 그루 그루마다에서
왜가리 한마리씩 날아오른다.
내가...
어쩌려는 것도 아닌데
날 경계하는 왜가리가 야속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휴식을 방해하는가 싶어 미안해지기도 한다.
멀리 도비산 산마루에 구름이 걸려있다.
눈앞에 바라보면서도 그리운 도비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품에 안길 수 있는 도비산.
"네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라는 류시화시인의 싯귀를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들녘엔 가을이 살며시 내려앉아
황금빛으로 일렁일 그 날을 꿈꾸며 고개 숙이고
그 안에 보라빛 물옥잠과 소박한 사마귀풀 태양처럼 강렬한 유홍초가 가을을 향해 마주 달린다.
달려갈 수 없는 곳...
자전거를 끌고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올라가야 하는 곳.
한 때 산딸기의 향연이 펼쳐졌던 저 곳...
초가을의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만 언덕아래 고마리와 며느리배꼽과 놀기로 했다.
곱상한 고마리가 바람과 숨바꼭질하며 나를 약올린다.
오리도 몇마리 돌아와 물가에서 놀고
푸르른 논에 고개만 빼꼼히 내어놓고 어슬렁거리던 백로들도 논 보다는 물가에 더 많아졌다.
일주일 후
청지천변 논두렁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오늘 자전거 앞바퀴를 갈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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