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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용비지 가는 길

사진으로 본 용비지는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산과 꽃과 물과 빛과 그리고 그림자

그 어느것하나 튀지 않으면서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가고 싶었다.

오늘 내일쯤이면 벗꽃도 절정에 이를거라고.

몇몇이 간다는 메모도 보았지만

그냥 혼자서 자전거로 달려보리라 마음먹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5시 38분

아직 서쪽하늘에 걸려있는   둥근달이 휘영청 밝다.

세수만 하고  자켓과 달랑 빵하나 넣은 배낭을 둘러메다가 다시 내려놓고는 의료보험카드는 챙겨 넣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누군지는 알려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그 때 왜 들었는지....

 

서산관광농원 가는 길로 접어들어 자전거를 달리는데 기분이 상쾌하다.

몸에서는 열이 나는데 바람을 맞는 팔이 서늘했다.

골프장이 있는 언덕에 올라서자 해가 올라오는지 하늘빛이 붉으레했다

                        

 

다리를 지나고 목장을 양편에 두고 달리는데 떠오른 해가 눈이 부시다.

선그라스를 꺼내 써보지만 답답하다.

조금 눈이 부시더라도 그 상쾌한 빛을 그냥 받아내며 달려야 할것 같다.

푸른 초지위에 조금 보이는 나무 몇그루가 아름다웠다.

오다가 사진 한장 찍어야지

왼편으로  길 옆에 자주광대나물이 군락을 이뤄 피고 있었다.

 

수린목요양원 앞을 지나는데 할머님 두 분께서 밭일을 하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니 차를 타고 왔느냐고 물으신다.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말씀드리니 감기들명 어쩌려구 그러냐면서 걱정을 하신다.

내자식네자식 안 가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그럴것이다.

 

 

 

 

드디어 운산,해미간 도로에 도착했다.

별장안에 있다는 저수지가 용비지려니하는 생각에 알아볼 생각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별장으로 향하는데 양 옆으로 보이는 풍경 모두 그림처럼 아름답다.

목장길따라 길에 피어난 벗꽃들의 웃음

어제는 고개 외로 꼬고 슬쩍 흘리는 미소였다면, 오늘은 입을 있는대로 다 벌린 함박웃음이다.

그 풍경에 눈도 마음도 온통 빼앗겼다.

자전거가 어디로 굴러가는지도 잊은채, 아니 내가 달리고 있다는것도 잊은채 달렸다.

눈에 별이 번쩍하며 길가에 널부러진 다음에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얼른 상황파악이 되지가 않아 의아했다.

무릎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깨진 자전거 파편들...그때서야 주변을 살펴보니

길가에 바리케이트로 세워놓은 커다란 쇠막대기와 충돌해 쇠골뼈 부근을 부딪친거였다.

그래도 순간 드는 생각이 뒤에 달려오는 차가 없어 다행이다.

얼굴에 부딪치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 이만하기 다행이다.

  

 

 

 

별장앞에 도착해서는 담을 뛰어넘어도  된다는 말에 내 키보다 큰 높이의 쇠문 창살에  매달렸지만 쉬이 넘을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관리인아저씨인가보다

상식이 없는 아줌마가 되어...애고 엄청 혼나고...미안하다 죄송하다 사과하고 되돌아나왔다.

다시 길을 물어 찾아가는데  굴다리를 지나고 동물들 이동통로가 보이는 곳에서 직진을 하니

얼마안가 왼편으로 들어가는 목장문이 열려있고, 여러대의 차들과 사람들이 보인다.

저전거를 어찌할까 하다가 언덕을 낑낑대며  끌고 올라가니

와!!!!

별장을 빙 둘러싸고 울타리를 이룬 벗꽃과 맞은편 팔각정으로 오르는 벗꽃길이 어우러저

별천지에 온 듯 너무나 아름답다.

사진 동호회에서 나온 듯 커다란 카메라를 하나씩 메고는 백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사진을 찍고 있다.

한사람이 무지개색 우산을 들고 작가들 앞을 왔다갔다한다.

지나는 사람에게 연출이냐고 물었더니 같은 회원이란다.

여유있게 둘러보며 풍경을 즐기고는 이제 용비지로 가야지 하면서 별장안 저수지를 향하는데 연락이 왔다.

용비지로 가고 있는 중이라며 위치를 한참을 설명을 하니 그곳이 아니란다.

지나는 사람에게 용비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더 가야된다며 용비농원이라는 이정표가 있다고 알려준다.

다시 내려오는데 목장관리인인듯 다들 차 빼고 나가라며 야단을 친다.

이 아침...나는..

"모르는게 약" 이라는 말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가 되었다.

내가 진작에 용비지가 어디인줄 알았더라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겠는가

 

다시 언덕을 내려와 얼마를 더 가니 오른쪽으로 길이 틀어지고 여러대의 차들이 보이고 지인이 마중을 나왔다.

참 용비지와 처음 만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줄 몰랐구나.

사람들이 죽 늘어서 있는 저수지 둑을 오르니 눈에 익숙한 풍경들

 

일주일 뒤..맑은바다님과 찾은 용비지.. 벗꽃이 진 저수지의 풍경 

 

 

버드나무와 벗꽃과 개나리...

수문...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 반대편 정자에 도착하니 꿈꾸는 님께서 서산새님이라며 소개를 해 주신다.

뜻밖의 만남이 참 반갑다.

시원시원하니 호탕한 느낌의 호인이셨다.

 

 

 

 

 그 아침 저수지를 일주하며 얼마나 행복했는지...그 이후 어깨통증으로 인한 여러날의 고통에 대한 추억도 즐겁기만하다.

 

 

                                                                             아래 사진은 해미 천주교성지의 벗꽃풍경 

 

 

 

 

용비지의 어느 봄날

푸른솔과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용지비 제방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목장길을 올라갔다가 길따라 천천히 내려와 달라는 사진작가 꿈꾸는님의 전화였다.

진짜 모델이 된듯한 환상에 즐거움에 들떠 수다를 떨며 걸었다.

나의 어느 봄날 풍경...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