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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목장길 따라서...용비지~ 일락사

2009.  5.  9일 토요일

 

10시 5분 해미발 운산행 버스...용현1리 하차.

 

 

걸어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이 자꾸만 발길을 잡아끈다.

용현1리에서 시작해 용비지를 향해 걷는 길

낮으막한 언덕 초지에는 고사리를 꺽는 사람들이 더러더러 보이고  소들이 나와 한가로히 풀을 뜯고 있었다.

주변의 녹음이 짙어진 용비지는 잔 물결로 인해 산 그림자를 품지 못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잃어버렸다.

건너편 정자로 향하는 길.... 으름덩굴이며 덜꿩나무, 노린재나무등이 꽃을 피웠고 산수유는 열매를 맺고 있었다.

제방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서 있는 나무는 삼나무....오솔길따라 가는 길은 편백나무가 아닐까

 

                                                     목장길 위에서 바라본 용비지

 

저수지 위 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그 언덕위에 용다래미라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었고 길은 다시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서 있는 메타세과이어 터널로 이어졌다.

그 멋진 길을 지나고, 신평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목장길을 지나자 목장 위 금북정맥이 통과하는 길이 보였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 정말 아름답다)

 

그 아래 바람과 아우러진 밀밭의 춤사위속에 소들이 그림처럼 노닐고 있었다.

더러는 서고, 더러는 누워 평화로운 모습으로 풀을 뜯으며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소떼들

그들의 되새김질이 평화로워보이는 것은 그것이 그들 자신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나의 타인을 향한 되새김질이 부끄러워지는 풍경이다.

 

 

한우의 누런 저 몸빛깔의 아름다움을

오늘에서야 처음 느꼈다.

건강하고 순박한 색깔

 

 

산비탈을 치고 올라 개심사 뒷산에 다달았다.

이제 한동안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질것이다.

송신탑때문에 시끄러웠던 그곳 절개지에도 나무들을 심어놓아 전처럼 흉물스럽지는 않았고

임도에도 어린 묘목들을 심어 놓았지만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지..그들의 생명이 안스럽기만 하다.

 

 

바람에 나뭇잎이 뒤척인다.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인다.

조그만 슬픔에도,  작은 기쁨에도 고요함을 잃어버리는 내 마음을 보는 듯 하다.

그것이 인간적인것이 아니겠냐고....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감투봉 능선을 내려서며 바라본 가야봉) 

 

일락산 정상 바로 아래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감투봉을 향해 출발했다.

대곡리라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내려섰다.

작은 잡목들과 온 몸이 그대로 햇볕에 드러나는 산길을 걷자니 뜨겁기도 하려니와 이것저것들이 성가시게 한다.

산불지역을 지나 임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임도를 지나 다시 산 하나를 치고 오르고 그 이후의 내림길은 정말 조심스러운 길이었다.

잘못해서 주저앉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냥 그대로 꼬치가 될지도 모를 정도로 날카롭게 잘려나간 나뭇가지들이 위협을 했다.

급경사에 흘러내리는 낙엽과 발길에 밀려나는 부엽토,  여기저기 옷깃을 잡아당기는 잡목들..

 

                                  목장 언덕위에서 내려다 본    신창저수지  왼쪽 언덕의 저 길은 소들이 낸  길이라고....

 

굳이 이 길을 걸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함께 걷는 산친구들이 있어 험한길도 즐겁기만 하다.

이 길을 내느라 힘쓴 이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짐작이간다. 

 

더위속에서 여섯시간의 산행은 힘들었지만, 산행을 끝내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가뿐한것이

역시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은 축복임에 틀림이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