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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일상과 동경의 차이...청지천

2009. 10. 10.  토요일

 

점심시간과 저녁무렵엔 가끔 나갔던 청지천이지만 

이른 아침에 나가보긴 오랫만이다.

아침 일곱시....내게는 이른시간이지만 논두렁은 이미 잠에서 깨어난지 오래인듯

강아지풀의 이슬방울들은 벌써 적당히 말라있다.

억새꽃과 갈대곷은 작은 물방울의 무게도 버거운지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13층 내 집에서 내려다 보니  옅은 안개에 휩쌓인 들판은 한없이  고요하고  신비로움까지 느끼게 했다.

그래서  그 들판 한가운데 들어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윗 사진의 풍경이 2주일만에 이렇게 변했네요.

 

먼곳에서 바라 볼 때의 그 고요함과 평화...는  어디에 숨었을까?

그곳은 내가 있는 곳과 별반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이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그것은 내곁에 가까이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때문인가보다.

어쩌면 삶이 치열할 수록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까

단풍이 그러하고,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이 그러하다.

세상의 모든이들이 살아갈만한  이유도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가슴터질듯한 환희도, 지옥을 헤매는듯한 절망도..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무덤덤한 일상이 된다는 것

 

 

   

 

 

멀리서 보여질 땐 적막하리만치 고요가 느껴지던 들판은 어수선할만큼 부산스러웠다.

듬성듬성 추수가 끝난 논에  모여든 기러기떼들...날아오를 때 꼬리문양이 예쁜 쇠기러기들

그리고 냇가의 왜가리와 백로들..오리들..

청지천에 보이는 새들의 종류가 하나씩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논두렁의 꽃들...

여러종류의 나팔꽃, 금불초, 억새꽃, 둥근잎유홍초.... 

유홍초나 나팔꽃 고구마들의 잎새들의 모양이 서로 많이 닮아 있었다. 

 

물소리도 봄의 소리와 가을의 소리가 달랐다.  꽃들도 그러했다.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 맛이 봄꽃이라면

가을꽃들은 뚝배기에 은근히 끓인 오래된 된장맛이 난다.

서늘하고 깊으며 은근하다.

 

 

 

 

 

 

 

툭..툭..후두둑 후두둑....

어디선가 가물어 마른 흙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나기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고 푸른 하늘이다.

논두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콩깍지가 몸을 비틀며 질러대는 소리였다.

무슨콩인지...길이는 3센티정도 너비는 3~4밀리 정도의 작은 콩깍지였다.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이맘때쯤 그곳에선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

 

 

 도비산이 바라보이는 그곳에서 발길을 되돌렸다.

논두렁을 따라가면 금방이라도 도비산 상봉에 닿을듯이 가깝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류시화님의 싯귀가 비로서 이해가되었다.

눈앞에 있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곳인데도

항상 그리운 도비산이다.

그 그리움은 고향의 힘일 것이다.

 

 

        10/24일

 

 

 

 돌아오는 길

 둑에 늘어선 벗나무들의 단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온통 가을이다.

들에도 가을이고 산에도 가을이다.

내 맘도 가을이다.  가을의 양면성을 오가며 세월을 한겹 더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