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두륜산....네번째 만남

2010. 5. 9일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함께한 산행이었다.

지난해 11월 덕유산에 처음으로 함께한 후로 산을 싫어하는 남편은 가지 않지만 대신 내가 가기로 하였다.

대부분 부부동반으로 오지만 가끔 나처럼 혼자오는 사람도 있고

또 산에서는 함께이면 함께인대로 혼자면 혼자인대로 좋은 법

이번 산행지는 두륜산이다.

이로써 두륜산을 네번째로 찾게 되었다.

 

코스는 대흥사에서 일지암 천년수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대흥사로 예정되었으나

두륜봉을 안보고 갈 수 없다하여 만일재에서 두륜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유선관 바로 아래 주차장에서 출발하였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있어 몇사람은 케이블카로  고계 봉으로 오르고 열다섯명이 산행을  하였다.

유선관 위 다리를 지나는데 쉼터 지붕위에 처음보는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처음부터 뒤쳐지면 안될것 같아 내려올 때 보기로 하고 따라오르는데

부도밭 근처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금난초 한송이가 활짝 피어있는것이 아닌가

올들어 처음 만나는 금난초...그냥 갈 수 없어 몇장 찍고는 뛰어서 일행을 따라갔다.

 

 

 

오르는 산길 내내 덜꿩나무의 흰꽃이 신록에 묻혀 더더욱 화사하게 빛났다.

남녁이라 그런지 서산보다 꽃소식이 빠르구나

일지암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

거리상으로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여름으로 내닫는 날씨는 산행을 힘들게 했다.

 

일지암에 도착했다.

두륜산에 네번이나 찾았지만 일지암을 보는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절 마당에서 보는 산빛이 아름다웠다.

초의선사와 정약용 김정희 등 차와 그림의 대가들이 교류하였던 곳

그래서인지 더욱 호젓하고  청정해보였다.

차의 맛은 물맛이 좌우한다고... 이곳에 물맛좋은 샘이 있다는데 그냥 지나친것이 아쉽다.

절 마당 아래 차밭에서 아낙들이 차잎을 따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산길을 알려주셨다.

 

 

 

일지암을 지나 만일재로 오르는데 일행들은 도대체 휴식할 줄을 모르고 계속 오르기만 했다.

뒤에서 지친 일행이 휴식을 외쳐 잠깐 쉬면서 요기를 하였다.

경치좋고 전망좋고 바람좋은 곳에서 좀 쉬면서 산을 느끼고 즐기면 좋으련만...

바로 십여미터 위에 천년수가 있는데 그것도 보지 못하고 허둥지둥 따라 올랐다.

만일재에 도착해서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이쪽저쪽 조망을 즐기며 쉴법도 한데 모두들 두륜봉으로 향했다.

 

이십여년전 처음 두륜봉을 찾았을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계단끝에 있는 구름다리 아래를 지나 모두들 두륜봉으로 가 버렸다.

나는 지난해 3월에 미끄러워 벌벌떨며 건너던 구름다리를 다시 건너고 싶어 그리로 향했다.

자연엄마와 편무길씨 부부가 내 뒤를 따랐다.

바위를 타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하여 두륜봉에 오르는데 앞서간 일행들은 벌써 되돌아 나오고 있었다.

일행들 중 두륜산을 다녀간 사람이 별로 없는 듯 ...구름다리를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아까 건넌 바위가 구름다리라고 하자 이정표에 표시가 있었다면서 믿지 않았다.

월출산이나 강천산처럼 인공적으로 설치한 구름다리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두륜봉에서 건너다보는 가련봉은 정말 아름답다.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카메라를 건네고는 혹시나 했는데..역시.

멋진 봉오리는 잘려버렸다.

 

 

언제한번 투구봉 능선도 걸어보고 싶고 도솔봉쪽으로도 한바퀴 돌아보고 싶다.

 

 

 

 

가련봉으로 가는 길은 바위가 많아 체력소모가 많았다.

창호씨가 후미의 몇사람의 스틱도 받아주며 도움을 주었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돌려주지도 않을 사진 안 찍겠단다.

한마리 새는 오늘도 바다를 쳐다보며 앉아있다.

누굴 기다리는지....

 

투구봉쪽 능선의 신록이 아름다웠는데...사진의 표현이 영 아니다.

 

가련봉을 오르기전에 힘이 들어서였는지..아니면 케이블카를 타고 갔던 일행들이 기다려서인지

가련봉아래 갈림길에서 북암으로 해서 내려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가련봉만 오르면 내림길 한곳만 지나면 평탄한 길이라고 설명을 하며 원코스대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마주오던 산행객이 내 얘기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래서 원 코스대로 노승봉거쳐 오심재로 해서 대흥사로 내려오게 되었다.

오늘은 주인공들인 남자회원들보다 부인들이 훨씬 더 많았다.

 

노승봉의 최고 난코스...그다지 어렵지 않은 곳인데 겁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 시간이 좀 걸렸다.

지난해 봄에는 잔설에 미끄러워서 힘들었던 곳이었다.

 

노승봉 아래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노승봉은 마치 거대한 비행접시 같기도 하고,  난공불락의 성채같기도 하다.

 

 

헬기장에서 오심째까지 내려서는 길은 산죽과 돋아나는 신록들과 피어나는 꽃들로 무척 아름다웠다.

길도 완만한 내리막으로 걷기에도 좋았다.

병꽃나무와 쇠물푸레나무 그리고 산철쭉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오심재에서 북암으로 향하는 오솔길은 정말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북암에 도착했다.

북암에는 오늘이 두번째인데 마애여래좌상을 처음 보았다.

보물이었다가 국보로 지정되었다는데 건장하고 당당한 느낌이 서산의 마애삼존불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고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무척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용화전 왼쪽에 나무계단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 계단위에 석탑이 보였는데

일행들을 뒤따라 그냥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북암을 돌아 내려오는데 길가에 화사하고 탐스럽게 핀 흰꽃이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장딸기였다.

사진상으로는 수리딸기와 구분이 애매했었는데 실제 꽃을 보니 꽃의 생김이라든지 크기라든지 모든것이 달랐다

물론 잎 모양도 달라서 구분에 애를 먹었던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완도지방과 남녁에서 식생하는 꽃이란다.

 

 

 

다시 대흥사로 내려와 산신각 부근의 절집을 잠깐 둘러보았다.

불자들이 많았는지 참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련봉에서 내려다보니 대흥사의 모습이 푸른잎에 둘러쌓인 한송이 목단같은 모습이었다.

 

얼마나 오랜세월 옆에서서 그리워했으면 뿌리가 하나가 되었을까?

아니면 서로 눈 흘기다 미운정이 든 것일까

공존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을것이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서로 끌어안을 수 밖에..

 

산신각 옆 마당에 만들어진 돌아가는 탑...탑을 세바퀴 돌리면서 소원을 빌으라고 하였다.

경건한 마음으로 탑을 돌리며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그냥 숫자만 셀 뿐

아무런 소원도 빌 수가 없었다.

그냥 무심으로 탑을 돌렸을 뿐

 

 

 

장승의 표정이 재미있어서 찍어보았다.

특히 튀어나올 듯한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아침에 그냥 지나쳐야만 했던 꽃

멀구슬과도 비슷했는데 깃꼴겹입인 멀구슬과는 달랐다.

잎은 다섯개가 돌려나고 덩굴성이었으며 꽃 송이도 달랐다.

향기도 좋은 꽃이라는데 여유가 없어 부랴부랴 사진만 몇장 찍고는 향기를 맡아보지 못했다.

 

 

네번째 두륜산 산행...

5월의 두륜산의 풍경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아름다웠다.

돌아오면서 뒤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니 코스를 줄이려고 했는데 원코스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