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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철쭉평원의 하루..사자산 제암산

2010. 5. 16일

 

산행예정이었던 서리산의 철쭉이 개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행선지가 제암산으로 변경이 되었단다.

그 연락을 받는 순간 횡재를 한 기분이드는것은 왜였을까?

이년전 마루산악회와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으리라

 

4시간여를 달려 열시가 조금 넘은시간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오늘은 산행코스가 나뉜 관계로 일단 1코스팀 들머리인 미륵사입구에 도착해 준비운동과 단체사진을 찍고

1코스팀 스물여덟명은 산행을 시작했다.

 

(서산새님 사진)

뒤로 사자산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보인다.

 

  

임도를 따라가면서 길 왼쪽으로 보이는 산줄기가 멋져서 물었더니 천태산이란다.

그런데 미륵사는 보지 못했으니...그것도 한참을 지난 다음에야 알았다.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 1.2킬로미터였다.

 두봉에 오르기도 전에 지쳐버릴것만같은 무더운 날씨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신록위에 떠 있는듯한 두봉의 모습...얼핏보니 사자의 형상이 보이는듯도 했는데

 산 공부를 하지않은탓에  저 봉오리가 사자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아래 표지판부터 두봉까지의 오름길은 빨간글씨의 주의사항이 필요할만큼 급경사로 무척 힘이 들었지만

신록이 산빛이 묻힐만큼 자란 참나무류의 커다란 잎사귀가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너덜지대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조망도 아름다웠다.

  

 나무 사이로 제암산 정상이 보이는데 두 개의 바위봉오리중 어느쪽인지 정상석이 있는곳인지 잘 모르겠다. 

 

나무 사이로 엷은 허공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두봉 정상이다.

만개한 철쭉으로 장식한 사자의 머리를 밟고? 서는 기분...

와우~ 

 

 철쭉 뒤로 보이는 제암산 정상

 

 월출산이 멋지게 보였는데  사진은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가야할 제암산을 배경으로 1코스 후미팀 

잠시 이쪽저쪽 조망을 즐기며 땀을 식혔다.

사방의 산줄기와 푸르른 남해와 그곳에 떠 있는 섬들

모든것들이 조화롭고 아름답다.

 

이제 사자의 등을 타고 놀 시간이다.

등에 태운다는 것은 동물이든 사람이든 여간한 친밀함이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자의 등 위를 사뿐사뿐 밟으며 바깥세상과 교감을 나눌 수 있음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구장나무)

  다른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주다보면 내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데

가끔 민회장님께서 찍어주시겠다며 내 카메라를 받아드신다.

그리고는 한마디.."알려준대로 찍었어" ㅎㅎ

 

아름다운 풍경을 막상 가까이 가서보면 멀리서 볼 때가 훨씬 더 멋있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아래 사진의 풍경도 그랬다.

위에서 찍은 사진은 바위와 배경만 나와서 전체적인 이미지의 느낌이 약했다. 

 

사자가 반가워 꼬리를 흔드는 것인가

시원한 바람따라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온다

라~라~라~~~

경쾌한듯 하면서도 애잔함이 느껴지는 워너지워너비의 라라라 

오카리나님의 아름다운 오카리나 연주는 철쭉평원에서도 이어져 산상에서 음악을 들으며 점심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뒤돌아본 두봉의 모습 

 

가야할 철쭉평원과 제암산이 보인다. 

 

두봉과 미봉이 1킬로씩이니 사자산의 딱 중간인가보다. 

 

사자산 능선의 철쭉은 시들어가고 있었지만 푸르른 잎과 어우러져 잔잔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미봉을 향해 걷는 길....

앞서 걷는 님들의 모습도.  뒤에 오는 님들의 모습도 본래 산의 일부인것처럼 평안해보인다.

 

  

 

   

 

 남해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미봉의 모습이 짙어가는 신록과 어우러져 더욱 싱그럽고 아름답다.  

 

간재를 향하며 뒤돌아본 미봉의 모습  왼쪽으로 내려서면 일림산 방향이란다.

 

 

오른쪽으로 일림산의 철쭉을 보며 급경사를 내려가 간재로 향했다.

몇몇 회원님들이 무척 힘들어하셨다.

난 그 나이때는 안그랬다고 큰소리 쳤지만 그렇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

 

 

저만치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철쭉평원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 있었다.

푸짐한 밥상을 앞에 두고 앉았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힘들었는지 먹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설중매언니가 해온 갱개미무침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럴땐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걸.....

 

사자산의 두봉과 등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온듯 다녀갈 수는 없는걸까?  꼭 필요한 표식이 아니면 흔적을 남기지 말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곰재로 향하는 철쭉길을 배경으로 야~~호님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

버스출발시간을 말씀하시는 손대장님

화를 누르며... 왜 그 시간에 출발해야되는지 물었다.

언제 또 제암산을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 이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것 아닌가

몇명의 비회원때문에 계획했던 코스를 줄여야 한다는 산행대장의 말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지만 백조언니와 푸른뫼님의 응원에 힘입어

점심을 끝내자마자 후다닥 제암산을 향해 출발했다.

내리막 오르막 다 급경사인데다가 육산이어서 발자욱을 디딜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렸다.

 

여늬때 같으면 벌써 저만치 앞서갔을 백조언니와 구본오님도 걸음을 맞춰주셨고

역시 산길에서 뵙기 힘들었던 소방차님도 보조를 맞춰주셨다.

소방차님...단단한 표정속에 세심함과 배려가 숨어있다는것을 새삼 알게된 산행이었다.

 

곰재가는길에 미봉을 배경으로 서 있는 바위

 

소나무 뒤로 보이는 바위...서로 토닥이며 어루만지는 바위의 모습이 정겹고 따듯하다. 

 

 

 

미봉부근부터 지나온 꽃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꽃길이다.

길따라 꽃이 피었는지...꽃따라 걷다보니 길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름답다.

  

선두로 출발한 열명만이 제암산으로 오는 줄 알았는데 뒤쫓아온 산호자님께서 뒤에 몇명이 오고 있단다.

내겐 참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다.

방전된 카메라밧데리도 교환하지 못하고 열심히 걸었는데....

뒤에 일행이 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야호님이 천천히 걸어도 되겠다며 속도를 늦춘다.

나도 주변풍경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좋았다.

 

제암산 선두그룹

본이아니게 선두그룹에 끼이게 되었는데..이런일이 또 생길지.

 오른쪽으로 미봉과 걸어온 길이 보이고. 왼쪽으로 일림산의 철쭉이 보인다.

 

 

 

중간에 807미터라는 정상석이 있고 암봉 위에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었다.

앞서간 이들이 정상의 바위에 오른 모습이 보인다.

정상으로 향하는 오솔길도 아름다웠는데 그 오솔길에 오솔길님이 없네

 

 

 

 

 

제암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황홀한만큼 아름다웠다.

한쪽은 붉은 철쭉에 물들고 다른 한쪽은 신록이 눈부셨다.

그곳에서 보니 제암산이란 이름지어진 유래가 이해가 되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바윗길  

 

 정상부근엔 철쭉이 아직도 봉오리상태였다.

위.아래 사진 같은곳인데...방향을 조금 바꿔을 뿐인데 사진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사람도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

나부터도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때도 있고 또 내가 보고 싶은대로만 보기도 하니 ...

역시 인간은 미완의 동물인가보다.

 

 

산철쭉의 붉은꽃속에서 아침햇살처럼 돋보이는 철쭉 한그루

일부는 그 예쁜나무를 보고 와야겠다며 마지막 내림길에서 잠시 비껴가고

나는 선두를 따라 정말 열심히 걸었다.

계곡 물소리가 들리고 주차장이 보인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먼지를 털어내니 이보다 더 상쾌할수는 없다.

권위와 위엄보다는 지긋이 바라보는 표정에서 사랑과 따듯함이 배어나는 성군의  품성을 느꼈던 제암산

덥고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