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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과연 천자의 면류관은..천관산

2010. 11. 21일

서부산악회원 38명

 

 

어둑한 새벽을 걸어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먼 길에 볼 발그레해진 달빛을 보며

서늘한  새벽공기에 기분이 상쾌했다.

아마도 산행내내 내 낯빛도 저러하리라

 

 

달리며 보게 될 월출산은 어떤 모습일까

고계봉의 시설물 때문에 알아볼 수 있는 두륜산은 또 어떤 모습일까

맑은 날은 멀리 제주까지 보인다는 천관산 정상에서의 내 눈은

얼마나 행복해할까?

 

설레임에 두근거리는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새벽안개가 산과 마을을 감싸고 돌았다.

안개속에서 월출산과 몇번 숨바꼭질을 하였고

바다건너 희미한 달마산은 꿈결에서 보는 듯 아련하기만 했다.

과연 천관산은 천자의 면류관을 온전하게 다 보여줄것인가

 

 

중간에 들른 마량포구는 말 그대로 우연히 만난 풍경이었다.

행운이라고 말할만큼 황홀한 아름다움은 아니었지만

남쪽의 고요한 아침바다는 평화로웠다.

한바퀴 돌아 다시 찾은 마량포구는 이해할수 없는 만남이기도 했다.

길치인 나도 알아본 이정표를 베테랑 기사님이 어째서 보지 못했는지...

살다보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끔 일어나기도 한다.

 

 

장흥 위씨의 문중제실이라는 장천제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몇년전 기사를 보니 소나무가지위에 참나무가 한그루 자라고 있어

소나무의 건강에 걱정이라던데  미처 확인을 하지 못했다.

 

산행 기점인 영월정.

정자가 자리한 곳의 풍광이 가히 시원스럽지는 않았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환희대. 왼쪽으로 오르면 양근암을 거쳐 연대봉에 이르게 된다.

 

 

천관산의 바위는

가까이의 용봉산이나 가야산 바위처럼

몸부대끼며 땀흘리며 시름할 수 있는 바위가 아니었다.

발끝부터 손가락끝까지 신경을 곤두서게하는 짜릿한 긴장감 없이

멀리 떨어져서 바라봐야만 하는 바위라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경계를 알려주려는 듯 환희대를 중심으로 각 지능선상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바위들이 무척 아름다웠다.

 

오름길의 건너편 능선  (가운데 능선이 정원석이 있는 내려온 길이다.)

 

한시간쯤 올랐을까

멀리 바위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담한 바위굴 금강굴이 있는 종봉

그리고 바위문을 지나 금종암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엔

모과가 한알 올려져 있었다.

 

(종봉) 

 

뒤돌아본 종봉이 희미한 벌판을 뒤로하고  아름답게 솟아있다.

꼭대기에 오르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 포기한 저 곳엔 어떻게 올라갔을까

 

 

제일 웅장하고 규모가 킅 바위군..아마도 구정봉인듯 하다.

아홉봉오리가 모여 구정봉이라한다는.

종봉에서 바라보니 아래 바위위에 일행들이 모여있다.

멀리 떨어져있어도 같은 산 안에 들어있다는 일체감

 

 

 

 건너편 능선의 바위를 당겨보았다.

 

 

 

 

종봉에서 바라본 구정봉 

 

족도리바위 앞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족도리바위라는데 어쩐지 주인을 잘못 만난듯

다소곳함이나 수줍은은 간데없고

너무 당당하고 패기있는 모습이 남성적인 느낌이 드는 바위였다.

뿔을 하나 얹어 사모관대를 만들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바위였다.

 

(족두리바위) 

 

 족두리바위 맞은편에 있는 바위

 

 

지장능선의 진죽봉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알아볼 수 없을만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변화무쌍함이 신선하고 고맙기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함이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의 변화무쌍함은 때론  무섭다.

 

(환희대 오름길에 바라본 진죽봉과 (왼쪽바위) 지장능선) 

 

 

 

(구정봉에서 바라본 지장능선)

 

 

환희대에서 구룡봉 가는 길의 억새밭길이 아름다웠다.

때맞춰 하늘까지 말간 얼굴을 보여주었다.

저곳에 무엇이 있어 저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일까

저들의 시선이 머문 그곳엔.....아름다운 바위능선 지장능선의 진죽봉이 있었다.

 

 

구룡봉과 연대봉 삼거리에 있는 환희대는 텅 비어있었다.

주변에 다른 바위들이 있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쪽에선 구룡봉이

또 한쪽에선 연대봉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끌기 때문이아닐까 짐작해본다.

또한 산행의 환희를 충분히 음미하기엔 모두들 너무 바쁜 때문인지도.

 

구룡봉 가는길에 바라본 구정봉능선 

지나온 바위들이 조금 떨어져서 보니 더 아름답다

  

 

가야할 구룡봉의 모습

환희대에서 구룡봉가는 길과 연대봉가는 길의 억새는 꽃이 많이 지고있었지만

가을을 음미하기엔 충분했다.

 

 

진죽봉의 여러가지 표정들

오른쪽 바위군이 오름길에 바라본 지장능선의 진죽봉이다.

환희대에서 바라본 앞모습과

구룡봉가는길에 바라본 옆모습의 표정이 사뭇 다르다.

 

 

 

구룡봉의 작은 샘과 지장능선

돌웅덩이속에는 수초가 자라고 있었다.

저이는 저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

 

 

이것이 용 발자욱?   너무나 선명하게 찍혀있다.

 

구룡봉 아래에 있는 아육왕탑 바위

인도의 아육왕이 인도와 우리나라에 동시에 세웠다고 한다.

아육은 근심이 없다는 뜻이라는데

산에들면  근심이 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연대봉 가는 길이 안기고 싶은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아이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앞사람의 발길을 따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걷는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에 연대봉이 있었다.

또 다른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에 샘이있었을까

표지판을 보고도 샘을 보지 못하였고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길잡이나 표지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관심과 의지의 문제이리라.

 

 

내려가는 길에 뒤돌아본 연대봉

억새꽃이 제일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산길에 바라본 천주바위

 

정원석이란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마당에 들여놓기에는 너무 크다.

 

북한산의 사모바위와 느낌이 비슷했다.

사진에서 본 등잔바위인것 같다.

꺼져가는 등잔불처럼 바위위에 시들은 풀이 희미하게 보인다.

등잔불은 꺼져가는데 여전히  사위가 환하다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하는것보다

어디를 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것같다.

아래와 위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찍은것이지만

배경이나 느낌은 너무나 다르다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서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고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어디를 볼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이런 석문도 지나고

 

 

토끼 한마리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나로도를 보고 있는 것일까

연무에 파란 남해를 볼 수 없음이 아쉽다.

 

 

 

하산길 오른쪽 옆능선의 바위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부르는 일도 없이

오랫만에 찾아와도 서운타  등돌려 외면하는 일도 없이

그저  그리움을 알고있었다는 듯이

천관산은 그렇게 포근하게 곁을 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