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6일
밤사이 서해안에 10~20cm눈이 내린단다.
대설주의보도 발령되었다는군
조금씩 흩뿌리던 눈이 밤이 깊어갈수록 눈송이가 커졌다.
내일은
황홀한 눈 산행을 할 수 있겠구나
아침에 바라본 창밖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잠든 후에
내리던 눈도 잠이 들었었나보다.
산은 다를지 몰라
옥양봉 오름길의 소나무를 그려본다.
홀로 걷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동행이 생겼다.
시내버스를 생각했었는데
동행이 차를 가지고 가도 괜찮을만큼 도로가 녹았단다.
행선지도 용현계곡에서 상가리로 바꾸었다.
단풍나무 잎이 눈속에서 아직 붉다
아직도 떨구지못한 잎새들은
미련때문이 아니라
여린 겨울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나뭇가지에 매달린채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마른잎을 볼때면
웬지 조금 불편하고 안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눈과 마음이 따스해질것같다.
평일인데도 외지의 산악회 단체차량이 몇대있어
겨울산길은 활기에 차 보였다.
껴입고 온 내복이 민망하리만치 햇살이 따사로웠고
바람도 없었다.
소복히 눈쌓인 솔가지너머로
상가리와 원효봉 가야봉의 모습이 정겹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래서 좋은가보다
언제보아도..어떤 모습이어도
따듯하고 정겹게 느껴지니까.
천천히 오르는데도 땀이 배었다.
외지에서 온 산행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 멋있다~~
옥양봉에서 석문봉가는 내림길이 미끄러운데도
스틱에 의지해 조심스레 내려선다.
배낭안에 든 아이젠을 꺼내면 훨씬 편한텐데...
바위의 소나무 한그루
그 무시무시한 바람 곤파스를 이겨내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반갑다.
산등성에 올라섰는데도 바람한점 없다.
코끝이 약간 시릴뿐이다.
가야봉 가는 길엔
곳곳에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산행객들의 안전산행을 위한 것이지만
산에 오를 때
산에 대한 경외심과 겸허한 마음까지 다리밑에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금 정직해지자면
직접 부대끼는 수고의 기쁨을 잃은것이 아쉽다.
뒤돌아본 석문봉...까마귀가 떼로 날고 있었다.
눈도 많이 녹았다.
가야봉을 바라만 보고 상가리로 향했다.
상가리 저수지에서 우리보다 먼저 내려온
가야봉의 멋진 배웅을 받으며 산행을 끝냈다.
아직도 눈이 내리면
운전하는 사람들 힘들겠구나 생각은 하면서도
설레이는 마음을 어쩔수가 없다.
그리곤
어딘가로 달려가고 싶다.
눈쌓인 풍경들을 눈에 그리며
몸도 마음도 들썩거린다.
눈 오는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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