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때에 찌든 까만 손톱을 보노라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리고 추운 겨울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셨던 분이셨다.
하여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손은 항상
엷게 갈라진 손톱밑에 까만 때가 끼어 있었다.
무의식중에 딸은 그것이 속상했던것일까
어느날 꿈에 본 아버지의 손은
너무나 희고 고왔다.
며칠 쑥을 뜯었더니
내 엄지손톱밑에도 까만때가 끼어
지워지지 않는다.
더는 바짝 깍아낼 손톱도 없는데...
그래도 오늘 아침에도 쑥을 뜯었다.
아이들 오면 함께 부침개를 해 먹으려고
연하고 작은 쑥만 골라서.
아침마다 들르는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쑥을 뜯노라면
새들이 인사를 건넨다.
멀리서 들려오는 산비둘기의 인사는 구슬퍼서
아침에 어울리지 않지만
오늘은 까치가 울었다.
어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새가
아주 경쾌한 소리로 아침을 열어주었다.
나이가 들면서
혼자서 씨부렁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들이나 남편이 속상하게 할 때도 그랬고
길을 가다가 예쁜 꽃들을 만나도 그랬고
왜 사는지 가끔 허무해질때도 그랬다.
새들도 그럴까
문득.....
저렇게 밝게 지저귀는 새도
혼자서 씨부렁거릴일이 있을까
내가 체면때문에 밖으로 내빝지 못하는 말들이
새들에게도 있을까
오늘 아침 울어주는 까치소리는 반갑게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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