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단풍나무에도 꽃이 있었어?
단풍나무꽃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나도 몇년전까지는 그랬었다.
꽃이 없이 열매를 맺을 수는 없는 일인데,
바람개비처럼 귀엽고 예쁜 단풍나무 열매는 많이 보았을 것이다.
단풍나무 꽃을 보면
오래참았다가 터저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연미색의 꽃잎위로
길게 자란 수술이 햇살처럼 퍼저나오고
연두빛 씨방이 웃음을 멈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풍나무꽃은
암술이 길게 나와 먼저 꽃가루받이를 하고나면
수술이 길게 나와 꽃밥을 터뜨려 다른 나무의 꽃과 꽃가루받이를 하기위해
꽃밥을 터트린다고 한다.
자가수정을 피하기 위한 지혜라고 하니
나무를 그냥 나무로만 봐서는 안될것 같다.
오늘은 꼭 암술머리를 봐야지.
열그루가 넘는 단풍나무를
적당히 피어있는 꽃을 찾기 위해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보았지만
너무 이른 봉오리거나
아니면 너무 활짝 피었다.
겨우 한그루 찾았는데
작디작은 꽃의 암술머리가 내 눈에 제대로 보일리가 없었다.
다행히 작은 디카와 몇년을 함께하다보니
카메라의 시선을 어느정도는 감으로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수술보다 길게 나온 암술을 남의 눈을 빌려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알게된 단풍나무의 세계가 신기하기만 하다.
활짝 터트린 수술의 꽃가루가 많은 곤충을 부른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에도
단풍나무를 찾아 오신 여러 손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도 단풍나무에게 반가운 손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여름지나고 나면
두팔 벌리고 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같은
단풍나무 열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 또 한가지
붉은잎 새순을 피우는 단풍나무를 볼때마다
생각나는 그녀가 있다.
"언제 단풍들었지?"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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