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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내장산 (내장사~ 원적암~ 불출봉~ 서래봉~ 벽련암~내장사)

 

오길 참 잘했구나

정말 잘했어.

오랜 망설임끝에 친구의 산행에 따라나선 길이었다.

단풍사이로 보이는 계곡으로,  산능선으로,  바위봉우리로

거침없이 내달리는 눈길이 마음을 설레임으로 이끌었다.

곱게 물든 단풍과 우뚝솟은 암봉과 우화정을 품에 안은 작은 연못이

내장사까지의 긴 진입로의 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어우러짐이란 이런것이구나.

기쁨만으로 가득한 삶이 온전히 행복할 수 없듯이

아직 물들지 않은 푸르름이 있어 붉은 단풍은 더 아름다웠다.

 

벽련암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길게 오르고 짧게 내릴것인가

짧게 오르고 길게 내릴것인가.

원적암을 향하는 길은 끝이없을것같이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대장이 계획했던 길을 거꾸로 걷자 청한것이 미안해지려고 할 즈음

 다행히 원적암을 200미터쯤 앞에두고 불출봉 오름길의 이정표가 보였다.

 

불출봉을 향해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에도

능선길을 걷는 동안에도

가끔씩 멈춰서서 둘레둘레 풍경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가뿐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내가 여기에 왔고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장사 가는길 내내 따라오던 암봉..이름을 모르겠다.

 

 

 

 

 

 

 

우화정

 

 

 

 

 

 

 

 

 

 

 

 

내장사 일주문....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벽련암이다

 

 

 

벽련암과 뒷편의 서래봉

줄지어 선 암봉이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 그 길을 걷지는 못했다.

불출봉에서 내려서다 다시 400미터를 철제계단을 올라서야  서래봉에 도착했다.

저 여인은.... 아주 오래도록 저렇게 서 있었다.

천수경이라도 외운것인지

 

 

 

 

 

 

 

불출봉 오름길에 바위틈에 자리잡은 단풍나무

 

 

 

불출봉 아래 칠부능선쯤에 있는 멋진 암봉

 

 

 

불출봉에서의 풍경들

 

 

 

 

 

 

 

 

 

 

 

 

 엎어지면 닿을듯이 서래봉이 가까이 다가왔는데

한번 시작된 내리막길이 멈추질 않는다.

서래봉 400미터의 표지판

가파른 철제계단을 오르기도 전에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미리 숨이 턱에 차는듯하다.

쉬엄....쉬엄.... 가자

 

 

 

서래봉에서의 풍경들 

 

 

 

 

 

 

 

 

 

왼쪽이 벽련암,  오른쪽이 내장사?

 

 

 

불출봉에서 서래봉 가는 길의 능선길이 짧아 아쉬웠다.

 

 

 

산  정상에서 자주 만나는 큰멋쟁이나비.

다소 밋밋한 서래봉에서...  

터줏대감 노릇이라도 하려는지 저 오만한 표정 좀 봐

 

 

 

서래봉에서 벽련암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풍경들

 

 

 

 

 

 

 

 

엎드려 있는 순한 암사자의 잔등 같은 산능선

그 선에 반해버린 그녀

 

 

 

 

 

 

내려오는 길에 담너머 들여다본 벽련암

등지고 앉은 부처님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단풍에 부딪치던 아침햇살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던 그 길이

지금은 고즈넉하다.

어둠이 오는것을 한시간만 더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아찔하게 산허리를 감아도는 길을 달려 백양사로 갔을텐데....

아쉽지만 오늘은 이 길에서 끝맺음을 해야한다.

그 길을 이유삼아 언젠가 또 이곳을 찾게 되리라.

 

 

 

 

 

 

 

 

 

2011. 10. 27일

 

주차장~ 일주문~ 벽련암~ 원적암갈림길~ 불출봉~ 서래봉~ 벽련암~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