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초등학교 친구들과 도비산을 찾은 것이
근 3십여년이 넘은것 같다.
나 자신도 세월따라 변했건만
어린시절의 추억이 서린 부석사와 도비산의 모습이
예전 그대로 이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텐데
그래도 자꾸만 변해가는 그 모습이
웬지 어색하고 서글프다.
부석사 일주문
조금 일찍 도착해 일주문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얼마전에 새로 생긴 이 일주문.
시원스런 산빛이 반기게나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건축에 문외한인지라 아는 바는 없지만
시멘트 기둥도 그렇고
멋을 부린 현판의 지나치게 조잡한 장식도 그렇고
장중하고 엄숙한 맛이 없이 너무 가볍다.
(장대나물)
무릎이 불편하여 먼저 출발한다는 친구를 혼자 보내기가 그래서 따라 나섰다.
임도를 따라 해넘이 전망대를 지나
갈림길 4거리에서 정상으로 향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미나리아재비
애기나리
선밀나물 수꽃
노린재나무
덜꿩나무
친구가 덜꿩나무의 희고 화사한 꽃에 매료되었나보다.
후에 전원주택을 지으면 정원에 한그루 심고 싶단다.
녹음으로 둘러쌓인 능선의 오솔길이 아름다웠다.
예전엔....
바다가 보이고
들판이 보이던 그 때에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참 좋았었는데...
내 키는 처음보는 친구들이 놀랠만큼 초등학교 때의 그 키에서
별로 크지를 못했는데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한동안 다른 곳을 보는 동안에
세월이 흐르고 나무들은 자라서
이렇게 높은 바위에 올라야만 고향 동네를 건너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이 어디쯤 오는지 연락을 해보니
벌써 한차례 배낭을 비우고
임도를 따라 석천암을 향하고 있단다.
어디쯤에서 만나야 하나 궁리를 하고 있는데
부석사에서 정상으로 바로 오른 친구 몇몇이 정상에 도착했있다는 연락이다.
다리를 다치거나
허리가 좋지 않거나...
해서 오늘 산행을 접은 친구들이었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들이 벌써
여기저기 건강을 걱정해야하는 중년을 넘어서고 있었던것이다.
고향을 찾은 객지 친구들과의 반가운 해후
정자에 앉아 친구들과의 수다가 즐겁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저쪽에서 누가 자꾸만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것 같아
앉아 있을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들을 뒤에 남겨두고 일어섰다.
큰꽃으아리
참꽃마리
덜꿩나무와 풀색꽃무지
내 예상보다 친구들의 발걸음이 무척 빨랐다.
정각사 임도에서 점심을 먹는다더니 벌써 해돋이 전망대에 도착했단다.
그곳에서 조금만 기다리라 일러놓고는
꽃들과 눈맞춤하며 여유있게 걷던 발걸음을 뛰다시피 부산하게 움직였다.
동사
소박한 모습의 동사는 모습이 많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예전 같지 않은것이 오래이다.
너른 벌판을 내려다보며
아버지의 바다를 그려본다.
새벽길을 나서 농게를 잡으러 다니시던 바다 동막.....
고즈넉하게 내려다보이던 그 바다를
친구들과 해돋이 전망대에서 만나 임도를 걸어 도착한
동사엔 붓꽃이 한창이었다.
무슨 붓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록과 어우러진 보라빛 붓꽃이 오월의 싱그러움을 더해주었다.
어릴적 친구들과 다시 걷는 예전의 그 길..소풍길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렇게 내리 9년을 봄,가을로 소풍을 다녔던 곳이 부석사였고 도비산이었다.
어찌 그립지 않겠는가.
친구들의 변한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릴 적 그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변함없이 그대로인 친구들도 많았는데...
절집에선 극락전을 제외하면 그 때의 모습을 찾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도 고향이라
친정에 온듯 푸근하고 편안하다.
(산신각 가는 길)
불 밝히지 않아도 환한 등을 따라 계단을 내려서니
사뿐이 즈려밟고 가라는 듯이
연분홍 벚꽃잎이 길을 덮고 있다.
꽃잎처럼 마음 한자락 여기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고향은
꺼지지 않는 등불같은 것인가
2012. 5. 13일 일요일
주차장~ 임도~ 해넘이전망대~ 임도사거리~ 정상~ 해돋이전망대~ 동사~ 정상~ 부석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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