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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덕유산

 

 

2012. 5. 27

 

 

(덕유산 철쭉...동엽령 오름길에) 

 

 

한서산악회와 함께

안성지구~ 동엽령~ 중봉~ 향적봉~ 설천봉~ 무주리조트

산행시간 : 널널하게 6시간  (9:40~ 15:40)

 

 

 

꽃이 이르면 망울망울 맺힌 꽃봉오리의 꿈을 보면 될테고

혹 늦어 꽃이 졌다면 푸르른 잎새의 싱그러움을 느끼면  될텐데

너무 이르지는 않을까

혹 너무 늦은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나는 한순간도 있었지요

꽃이 없어도 산은 산

언제 찾아가도 좋은 산 덕유산이지만

수줍은듯 순하고 고운 분홍빛 덕유산 철쭉을 꼭 보고 싶었나봅니다.

 

 

(덕유산 철쭉...중봉 오름길에)

 

 

아홉시 40분 안성탐방지원센터 도착 산행을 시작했지요.

계획했던 코스는 향적봉에서 백련사와 무주구천동을 거쳐 삼공지구로 내려오는 것이었지만

후미그룹이 설천봉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온다네요.

 저도 그쪽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남의 힘을 빌어 산길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산행 시간을 맞추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만만치 않은 산행거리와 무더운 날씨 때문에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그나마 여유를 부릴 수도 있게 되어 다행으로 여겨지기도 했구요.

 

그러나 초입에서 꾸물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대충 다리를 풀어주고 먼저 출발을 했지요.

왼쪽에 계곡을 끼고  시작하는 산길이 아름다웠습니다.

들려오는 물소리가 즐거웠고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이 고마웠구요.

 산기슭에는 함박꽃나무가 소담스레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무슨 나무일까요?)

 

 

동엽령까지 동행해 주겠다는 소나무님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정말 열심히 걸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동네에서 보지 못하는 야생화도 아직은 내 발목을 붙잡이 않아서

지금대로라면 소나무님을 따라서 동엽령까지 한걸음에 올라갈 수 있을것도 같았지요.

그러나 그건 내 바램일뿐

어찌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절반쯤 올라갔을 때 동엽령에서 기다리겠노라며 그녀가 먼저 올라갔습니다.

 

 

(왜갓냉이 십자화과) 

 

 

아직은 후미에 곤돌라팀이 있어 마음 느긋하게 걷고 있는데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들이 벌써 바짝 뒤를 쫓아오고 있지 뭡니까.

반가워 해야 할 상황이지만

벌써 오면 어떻게 하냐는 말이 먼저 툭 튀어 나왔습니다.

큰일났습니다.

그들과 합류한지 얼마 안되어 꽃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으로 만난 왜갓냉이

그리고 2007년 연인산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두번째 만나는 금강애기나리

작은 꽃임에도 숲을 환하게 밝혀주는 숲개별꽃까지

 

 

 (금강애기나리...백합과)

 

 

그래도 민폐를 끼치면 안되겠다 싶어

서둘러 인증샷을 남기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동렵령이 가까워질수록 무거워지는 발걸음과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보폭이 맞지 않는 계단은 오름길을 더 힘들게했지요.

 

 

(동엽령에서  올라온 계단을 내려다보며) 

 

 

힘든 계단을 잠시라도 피하고 싶을 즈음

산죽 사이로 곱게 나 있는 길이 보였습니다.

계단을 피해 난 길이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는지라

샛길이려니 하고 내려섰는데....

그것은 오늘 내게 딱 한가지 덕유산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네요.

 

 

(동엽령에서) 

 

 

동엽령을 향해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데  멀리 일행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반겨줄 사람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고 흔들었지요.

선두팀과 후미팀이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먼저 올라간 그녀...30분을 기다렸다고 하네요.

고맙고 미안합니다.

 

 

 

 

일행들의 휴식 시간이 길어지고 있네요.

아무래도 먼저 발걸음을 옮겨야 할것 같습니다.

간간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넓직하게 나 있는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갔지요.

그런데

왜 그리 가냐고 돌아오라고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설마 나를 보고 하는 소리?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생각없이 남덕유를 향해 가고 있는 제가 보였지요.

친구도 다른데로 구르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었는데...

산행 전 대장님께서도 올라서서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셨건만

.

누군지는 모르지만 참 고마운 분입니다.

그 때 그분이 나를 보지 못했다면....

그리고  불러주지 않았다면  오늘 난 어찌 되었을지.

 

 

 

 

송계삼거리를 향하는 길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능선의 오솔길은 그늘이 있어 시원했고

화사한 철쭉도 곳곳에 포진해 환한 얼굴로 환영해 주었지요.

가끔 낮으막하게 솟아있는 바위들은 또 멋진 조망을 선물해주었구요.

 

 

 

 

 

 

 

 

(후미 곤돌라 팀)

 

 

 

 

 

 

 

 

 

 

 

저 멀리 중봉이 보이기 시작했고 배도 고파오기 시작하여 시간을 보니 한시랍니다.

어디쯤인지 이 나무그늘을 벗어나면 햇볕을 피할 곳이 없어 보입니다.

그늘을 찾아  들어 점심을 먹었지요.

땀 흘린 후 산에서 먹는 밥은 언제나 맛이 있지만 반찬들 또한 진수성찬입니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산길을 오르느라 모두들 힘들어 합니다.

저 사람이 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갈까 의아할 정도로 산을 잘타는 산꾼들 몇명도

후미팀에 합류를 했더군요.

백두대간을 진행중인 분들이시니 산행 실력이 대단하신 분들인데도 말이지요.

가끔은 이렇게 여유로운 산길을 걷고 싶었을거라고

그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봅니다.

저 뒤에 뾰족한 봉오리가 누구는 남덕유라하고 누구는 삿갓봉이 아닐까 얘기들을 나누는데

제 눈엔 다 뾰족해 보이니

누가 불러주지 않았으면 오늘 내가 갔을지도 모를 남덕유산이 어디인지, 삿갓봉이 어디인지

또 무룡산은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중봉가는 길의 철쭉은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다소곳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철쭉 위에 저 두분은 남매라고 하네요.

다정하게 서로 챙겨주며 산행을 하는 모습이 철쭉 못지않게 아름다웠지요.

무척 부러웠답니다.

그 길에 꽃쥐손이풀도 많이 피어있네요.

오늘 참꽃마리, 숲개별꽃과 더불에 제일 많이 만난 꽃이네요.

동엽령 오르는 길에는 노랑제비꽃도 한창이었구요.

 

 

 

 

 

 

 

(꽃쥐손이)

 

 

 

 

 

 

 

 

 

 

 

 

 

 

 

 

 

 

 

 

드디어 중봉에 올라섰습니다.

걸어 온 길과 가야할 길을 둘러봅니다.

원추리 정원 한쪽에는 털진달래가 울타리를 치듯이 둘러져 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몇송이 꽃을 보면서

그 평원의 삭막함을 화사하게 바꿔놓았을 털진달래 핀 모습을 그려봅니다.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신록속에서도 위용을 자랑하는 고사목이 된 주목을 만났지요.

새잎을 피우지는 못하지만 이 산의 어엿한 주인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목에 손을 대고  가만히 옆에 서 봅니다.

무엇이든지 견디지 못할 일이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갓 군에 입대한 아들도,  다른 아들들도 잘 견뎌내기를....

힘겨운 걸음 걸음마다 기원을 담아봅니다.

 

 

 

 

 

 

 

 

 

 

 

다정한 오누이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

 

 

(숲개별꽃)

 

 

 

 

 

 

 

 

 

 

 

 

 

 

(삿갓나물) 동엽령 오름길에 

 

 

 

산앵도나무

 

 

 

(자주솜대)  향적봉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향적봉이 보이는군요.

이곳의 철쭉은 이제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고사목이 된 주목을 지나면서 다시 만난 금강애기나리를  찍고는

서둘러 일행을 따라갑니다.

이곳에서 일행을 놓치면 곤란해질것 같아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지요.

걸음도 느리면서 딴짓까지 하는 제가 못마땅할텐데도

산을 즐길 줄 아는 산꾼이라고,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는  일행들이 고맙습니다.

 

 

 

 

 

 

 

 

 

 

향적봉에서의 조망이 참 아름답습니다.

상제루는 공사중이었구요

우리나라에서 네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면서도

쉽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이기 때문에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는 대장님의 설명이 있었는데

향적봉에서 설천봉까지 아이들과 어른들을 동반한 가족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슬리퍼를 신고 온 사람도 자주 눈에 띄네요.

 

 

 

 

 

 

향적봉에서 만난 아주머니 한분은

오늘이 네번째 오름인데  오늘처럼 맑은 날은 처음이라고 하는군요.

이제 두번째인 저도 처음 왔을 때는

몇걸음 앞사람의 실루엣조차도 어렴풋한 안개속을 걸으며 무척 아쉬웠었는데

오늘은  조망도 아름답고

중봉 오름길의 거센 바람도 달콤하게 느껴지는 행복한 산길이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언제 한번 널널하게 걸어보고 싶은 그런 산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