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6. 09
상가리~ 헬기장갈림길~ 가야봉~ 석문봉~ 옥양폭포~ 상가리
4시간
산에 가자는 내 말에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산이 그렇게 좋아?"
산이 좋다.
요즘 읽고 있는 "산의 영혼"이라는 책 속에
산이 비교적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기에서 힘과 아름다움의 기준을 발견하며
산이 사람들에게 가치를 지니는 까닭도 산의 변함없는 속성 때문이라는 귀절이 있었다.
(멧비둘기가 길 안내를 하듯 앞장을 섰다)
변하지 않으면서도 또한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인적이 없는 산
안개와 구름, 바람과 사람, 꽃과 나무, 바위와 물
어느때건 무엇이건
산에 찾아드는 것은 모두 산에 녹아들어
하나가 되게 하는 산
(상가리 저수지 옆의 딱총나무 열매)
어제 내린 비 때문인것 같지는 않았지만
수로를 따라 물 흐르는 소리가 힘차고 시원했다.
상가리 저수지는 그래도 다른 저수지에 비해서 수량이 풍부한 편이었는데
바로아래 옥계저수지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가뭄에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식물들이나 농부의 마음이나 똑같을텐데
빗님은 언제나 오시려는지
뿔나비
왕팔랑나비
무슨???
땀방울을 뚝 뚝 떨구며 땅만 보고 걸었다.
땅 위에 떨어진 꽃을 보고서야 문득 생각난듯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 보았다.
하늘도 보이지 않을만큼 우거진 푸르름속에서
어느것이 때죽나무잎인지 다래덩굴 잎인지 알 수 없고
꽃도 찾을 수가 없다.
친구들과의 일정이 어긋나
오늘은 혼자 걸을 각오를 했던 산행이었다
들머리와 날머리를 잇는 길을 생각해두었고
버스 시간을 맞춰보니 아주 널널한 산행이 될것 같았다.
문제는 덕산에서 상가리까지의 연결이었는데
다행이 동행이 있어 편안히 다녀올 수 있었다
가야봉에 올라서니 오름길에 대한 부담감에서 해방되어 한결 편안하다.
하루종일 뿌연 안개가 산에서 비켜주지 않았지만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이었다.
토요일이어서인지 산길도 비교적 한가로웠다.
동행이 없었다면 한없이 늘어지는 산행이 되었을것이다.
힘들때마다 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웠을테니 말이다.
앞에서.. 때론 뒤에서
묵묵히 걸어주는 동행이
자꾸만 멈추고 싶어하는 내 발걸음에 힘을 주었다.
어느 길에건 힘이되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꼴이 좀 우습긴 하지만.... 그것도 내 모습이니)
돌양지꽃
석문봉
옥양폭포로 내려오면서 혹시나 가녀린 물줄기라도
폭포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까 했는데....
웅덩이 처럼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을 뿐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거의 다 내려와서
이끼를 적시며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너무 반갑다.
산의 나무들은 아직 아무 내색없이 가뭄을 견뎌내고 있었다.
안부가 궁금했던 분홍바늘꽃도 만나지 못했고
개심사의 여름풍경도 보지 못했지만
둘이어도 혼자인듯 조용한 산행
사람도 고맙고 산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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