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등산에도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의아했었다.
어떻게 해야 등산을 잘 하는 것인가?
객관적으로 우선시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어떻게 등산에 등수를 매길 수 있나.
나름대로 이런저런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속도였고
대부분 그렇게 순위가 정해지는 듯 했다.
내겐 대회란것이 관심밖의 일이었지만
소속된 산악회 선수들 응원 차 산행에 참석했다.
응원단이래야 전 회장님과 달랑 둘 뿐이다.
출발지에서 선수들 보다 할발짝 먼저 출발해 임도를 따라 집뿌리재로 향했다.
십여분이나 걸었을까?
지나던 차가 멈춰서며 "태워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돌아보니 2지점에서 심판을 맡은 구절초님이었다.
가던길이 공사중이어서 돌아서 오는 길이었다니
내게는 뜻밖의 횡재가 반갑기만 하다.
처음에 알기를 집뿌리재로 알았는데...이정표엔 "쥐뿌리재" 표기가 되어있었다.
무엇이 맞는지.
(집뿌리재)..
집부리재에서 구절초님께서 내어주신 간식을 먹으며 잠시 머물다
임도를 따라 경일목장 고갯길로 향했다.
(쥐오줌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소복히 담긴 흰 쌀밥처럼
소담스레 피어난 이팝나무가 산길을 환하게 밝혔다.
어린 나무에 가녀리게 꽃이 달린 이팝나무를 처음 봐서 일까
이쁘다거나 아름다운 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볼수록 정감이 가는 아름다운 꽃이다.
이맘때즘 이팝나무꽃이 활짝 핀 위양못의 완재정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는데..
훌쩍 여행을 떠날 기회가 언제쯤이나 오려는지.
꽃이 피었으니 나비가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
흰나비가 종류가 제일 많이 눈에 띈다.
멧팔랑나비와 부전나비종류 그리고
큰 날개와 색이 아름다운 호랑나비와 제비나비도 많이 보였지만
지금 내가 어찌 해볼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니니
눈으로만 잠시 따라다니다 보내야만 했다.
(큰줄흰나비)
어?
하얀 날개끝에 노란 무늬가 예쁜 이 나비는..
이름도 모른 채 한참을 따라다녔다.
멀리 날아가지도 않고 주면을 낮게 날며 약을 올린다.
(갈구리나비 ..흰나비과)
갈구리나비 수컷이란다.
날개의 모양에서 따온 이름인 모양이다.
암컷은 노란색의 무늬가 없다고 한다.
일년에 한번 4~5월 산지에선 6월까지 볼 수 있는 나비라고 한다.
날개 뒷면의 녹색빛이 도는 무늬도 특이했다.
어쩌나
나비와 더 놀고 싶지만 그래도 명색이 등산대회 응원단인데..
경일목장 고갯길(정식명칭을 몰라서)에서 선수를 기다려 합류하기로 했다.
드디어 우리팀 선수들이 한 명 두명..약간의 시차를 두고
다섯명이 모두 도착했다.
열심히 따라가며 응원을 하려 했는데
선수는 뭐가 달라고 다르네
걸음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민백미꽃)
선수는 선수대로 먼저 보내고
내 걸음으로 끝까지 가보는 수 밖에.
오름길에 한 숨 돌리며 뒤돌아보니 환하게 피어난 민백미꽃
와우~ 반갑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기쁨을 두배로 만들어 주었다.
산길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4봉지나 헬기장에서 임도로 내려서려 했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를 헤치며 산비탈을 무조건 치고 내려왔다.
전 회장님께서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것에 대해 무척 미안해하신다.
뭐 이런 알바가 한두번이었던가.
행여 뱀이라도 나올까 잠깐 긴장되기는 했었다.
무용지물의 응원단과 평균연령 60세의 선수임에도
14팀중에 6위로 들어오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말 그대로 생활체육이라면
상대와 경쟁해야 하는 대회가 아닌
함께 산을 즐기며
자연을 느끼며
함께가는 그런 산행으로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적어도 등산만큼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
2012. 5. 19일
종합운동장~ 집뿌리재~ 비룡산~ 금강산~ 경일목장~ 팔봉~ 양길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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