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냥" 이라고 밖에 대답할 말이 없다.
산이 언제부터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마당에 나서면 건너다 보이던 도비산을
오며 가며 매일 보던
그때부터 였을까
어쩌면 아버지의 나뭇지게가 한몫 했을지도 모르겠다.
도비산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돌아오시는 지게 위에는 가끔
너울너울 춤추며 한아름의 진달래꽃이 따라오곤 했으니까.
무뚝뚝하시던 아버지에게
진달래 한가지 꺽어 지게 끝에 매달게 한 것은
산이 그리 시켰기 때문일것이다.
그것은 어린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를 위해서였을테고
매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산으로 향했다.
이왕이면 일출도 보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고
또 해가 너무 일찍 뜬다.
5시 30분 서산 출발
곳곳에 사위질빵이 한창이다.
장모님이 매주신 헐거운 지게끈을 어깨에 걸치며
사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신의 따님을 절대로 고생시키지 않겠노라..속으로 다짐하지는 않았을까
평소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시간이 걸려 옥양봉에 도착했다.
몇명 부지런한 산행객이 지나갔다.
내친김에 멀리 보이는 옥양봉까지 돌아?
항상 붐비는 석문봉엔 원추리만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한가지 아쉬운것이 있었는데
옥양봉의 멋진 암릉구간에 계단과 다리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아직 공사중이라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몇개의 계단은 위험하기도 했지만
꼭 필요한 시설물이 아니기에.....
먹부전나비
수노랑나비 수컷 (네발나비과. 산림성나비란다)
가야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원효봉에서의 조망과
이 멋진 암릉구간이다.
한 사람은 석문봉을 향햐고 또 한사람은
가야봉을 향해 서 있다.
어디를 향해 가든
어느쪽을 향해 서 있든
가끔 뒤돌아 서서 보는 풍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걸어온 길이기에...
그 길에 만났던 것들의 잔영때문에...
또 다시 그 길이
그리워 질거라는 걸 알기에...
자주조희풀
하늘과
꽃
구름과
나비
바람
.
.
.
자연을 사랑하는 동행과 함께 걷는 길은
언제 어느 길이든 행복하다.
도둑놈의갈고리...다음부턴 잎도 눈여겨 봐둬야겠다.
영아자
이후엔
마음에 담아 둔 풍경들
상가리 저수지의 품에 안긴 가야봉
"산에 다니는데 지팽이는 왜 갖고 다니는겨?"
웃음을 주셨던 계곡에서 만난 아주머니
가야봉에 걸린 흰구름을 향해 날아갈듯
빨갛게 익어가던 신나무 열매
아직은 가시가 만만해 보이는 어린 밤송이
너희들은 이 뜨거운 햇볕이 필요하겠구나
2012. 8. 4일
상가리~ 옥양봉~ 석문봉~ 가야봉~ 헬기장~ 상가리
6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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