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 대웅보전
열린 문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부처님께 삼배는 커녕 합장조차 하지 않고
꽃창살 문에 매달려 마른 꽃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았다.
몇백년을 견디며 국화꽃잎 위에
한점 남아있는 붉은 단청에서
엄마의 얼굴을 본다.
상기된듯 항상 발그레하던 연꽃잎처럼 동그랗게 솟은 엄마의 광대뼈
말씀도 못하시고 누워계시는 이모의 손도 꽃창살을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뾰얀 피부가 그랬고, 메마르게 느껴지는 결이 그랬다.
단 둘 뿐인 자매여서 그랬는지 엄마와 이모는 참으로 정이 두터우셨었다.
그런 두 분이 이별한지 벌써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마도 이제 곧 다시 만나시게될것만같다.
누구는 내소사처럼 늙고 싶다고 했고
누구는 내소사 꽃창살 앞에서
영정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옹이가 다 빠져
봉오리인채 몇백년 피어날 수도 없고
활짝 핀 채 몇백년 시들수도 없는
그래서 너무 슬프고
그래서 또 너무 아름다운
내소사 꽃창살문
내소사 꽃창살....박 성 우
등푸른 햇살이 튀는 전나무 숲길 지나
내소사 안뜰에 닿는다
세 살배기가 되었을 법한 사내 아이가
대웅보전 디딤돌에 팔을 괴고 절을 하고 있다
일배 이배 삼배 한번 더
사진기를 들고 있는 아빠의 요구에
사내 아이는 몇 번이고 절을 올린다
저 어린 것이 무엇을 안다고
대웅보전의 꽃창살무늬 문(門)이 환히 웃는다
사방연속으로 새겨진
꽃창살무늬의 나무결을 손끝으로 더듬다 보니
옛 목공의 부르튼 손등이 만져질 듯하다
나무에서 빼낸 옹이들이
고스란히 손바닥으로 들어앉았을 옛 목공의 손
거친 숨소리조차 끌 끝으로 깍아 냈을 것이다
결을 살리려면 다른 결을 파내어야 하듯
노모와 어린 것들과 아내를 파내다가 이런!
꽃, 창, 살, 무, 늬
옹이 박힌 손에 붉게 피우곤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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