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3일 산사모 산악회를 따라서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산행 들머리인 금산지구.
바로 도로옆의 안내판과 주차장을 보면서도 버스는 한참을 더 달려갔다.
이유인즉은 네비가 알려주는 종착역이 아직 더 남아있어서였단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보면서도 믿지 못하고
다른 무엇엔가 더 의지하고 신뢰하는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들머리에서 올려다 본 바위군들이 참 아름답다.
쌍홍굴 입구까지 2km남짓
단풍나무가 그리 많지 않은 때문인지
완만한 오름길에 내려앉은 남녁의 가을은
은근하고 순하고 부드러웠다.
어쩌다 곱게 물든 단풍나무도 한 두 그루 있었지만
튀지 않게 저만치서 붉게 물들어 있다.
사선대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왼쪽으로 거대한 사선대가 보이고
어디를 보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쌍홍굴의 커다란 두 눈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장군암
마치 월계관을 두른 듯한 모습의 장군암.
뾰족한 코 하며 건장한 장수의 모습이다.
그 바위를 타고 올라간 것은 송악이란다.
쌍홍굴 안에서 바라보는 상주해수욕장, 은은한 단풍
너무 아름다운 풍경들이 내 눈엔 다 보이는데
카메라는 아쉽게도 한꺼번에 그것들을 다 보여주지를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먼 데 말고 가까운 곳을 보기로 했다.
내 앞의 그녀, 그리고 단풍, 그리고 장군암의 오뚝한 코.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풍경이었다.
보리암은 내려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쌍홍굴에서 나와 왼쪽으로 길을 꺽었다.
금산산장과 성큼 더 가까이 다가선 상사바위
저 곳을 가야 하는데.....
회장님께 사정을 해 본다.
저기.... 다녀오면 안될까요?
후딱 한달음에 다녀올 수 있을것만 같은데
가면 금방 발길을 돌리지 못하리란걸 알아차리셨는지
너무 늦어서 안된다고 딱 잘라 말리신다.
야속하지만 어쩌랴
그동안의 전과... 내가 쌓아온 업이니.
아쉬운대로 제석봉에 올라 상사바위와 보리암을 건너다 본다.
어디서 보면 日이고 어디서 보면 月이어서 일월봉이라는데 보는 방향마다 모습이 다른 일월봉과 보리암.
보리암에서 보는 일월봉의 모습은 또 전혀 달랐다.
망대 오름길에 잠시 사잇길로 빠졌다.
내려올 때 이곳으로 올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노란 갈잎 단풍너머로 우뚝 솟은 바위가 멋지다.
위에 사진은 일월봉 아래 사진은 화엄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뒷모습에 확신을 못하겠다.
정상 바로 아래 길 옆의 불타는 단풍
정상에서 동행과 둘이 단촐하면서도 푸짐한 점심을 먹고
바로 위 망대로 향했다.
이만큼 날이 개어준것만도 고맙긴 하지만
그래도 남해바다의 푸른물결이 그립고도 아쉽다.
돼지? 강아지? 심술맞은 표정이 귀엽다.
보리암에서 바라본 상사바위
관음상 왼쪽의 화엄봉, 오른쪽이 대장봉
금산은 바위들의 표정까지도
관음보살의 부드럽고 넉넉한 표정을 닮아 있는것 같다.
그 크기의 웅장함은 충분히 위압감을 느끼게 할법한데
일월봉이나 화엄봉 대장봉 그리고 먼 상사바위도
친근한 표정으로 남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른쪽의 일월봉...제석봉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늘이 음력으로 시월 초하루이고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도객들로 붐빌거라 예상되어 복곡저수지로 내려가려던 산행코스를 원점회귀로 바꿨는데
생각보다 기도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래 삼층석탑 근처에서는 나침반이 제 방향을 가르키지를 못한다는데
이곳 기도의 영험이 뛰어나 나침반이 없어도 길을 알 수 있다는 뜻일까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나는 내려올 때는 발밑에 신경쓰느라 올라갈 때의 절반도 보지 못하지만
이렇게 때때로 멈춰서서 금산의 가을을 마음껏 즐긴다.
먼 길 달려온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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