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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마음가는대로....원효봉

 

 

 

 

 

 

 

2013. 11. 10일

 

 아람아파트~ 원효암~원효봉~ 가야봉~ 석문봉~ 사잇고개~ 용현계곡~ 고란사입구

 

 

 

9시30분발 덕산행~~~ 개심사발 3시 55분 서산행

친구와 둘이 버스투어로 예정했던 산행이었는데

함께 하기로 한 친구의 컨디션이 좋지가 않단다.

당일 아침이 되어봐야 확답을 줄 수 있겠다는데....

한적한 그 길은 혼자 걸음을 선뜻 내딛기에는 조심스러운 곳인데 어쩌나.

마침 동행을 찾는 이가 있기에 일정을 남겼더니 함께 하겠단다.

다행히 친구도 약기운을 빌어 함께 함께했다.

 

 

 

원효암 입구 등산로 들머리에서는 원효암이 보이지 않는다.

동행 둘 다 이곳이 초행길인지라

원효암의 멋진 벗나무를 보여주고 싶어 원효암으로 향했다.

 

몇번 경험이 있는지라 절집만 둘러보고 들머리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스님께서 먼저 우리를 보시고는

이곳엔 산길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

계곡을 건너면 바로 길과 이어진다는 것을 아는데...

등산객의 모습이 보이면 행여 절을 지나 산으로 향할까 노심초사 하는 것 같은

스님의 모습이 한편으론 딱해보인다.

 

 

 

 

 

 

 

 

 

그런데 길이 이상하다.

잘 정돈된 돌 계단이며, 계곡 건너편 능선이 자꾸만 멀어져간다.

아무리 올라도 덕숭산이 멋지게 조망되던 산소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니었던것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원효샘아래의 갈림길과 만났다.

어디서 길을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수북이 쌓인 낙엽때문에 사람들 발길이 뜸한 희미한 등로를 보지 못한것 같다.

역사의 절반은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우연히 잘못 접어든 산길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전부터 걷고 싶었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원효샘 가기 전 바위 조망터

 

 

원효샘에는 마실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물이 조금 고여있었다.

풀이 무성하게 누운 원효샘 앞 공터.

저 쪽으로 연결된 길이 있을것만 같은데....

길이 없으면 그냥 경사면을 치고 오를 생각으로 일행들에게 물었다.

"알바 한번 해보실래요?"

 

공터를 조심스레 지나니 의외로 잘 정돈된 길이 트여 있었다.

원효암터도 지나고 돌탑 뒷쪽에 혹시나 원효굴이 있을까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다.

내가 분명 길치는 맞는가보다

원효굴을 몇번씩이나 보았는데도 아직 제대로 찾아갈 수가 없으니 말이다.

 

 

 

 

 

 

 

 

 

동행들이 처음 걷는 이 길이 참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다.

길을 가운데 두고 덕숭산과 큰산 삼준산까지 조망되는 시원스런 풍경이다.

 

 

 

 

 

 

 

 

 

중간을 가로질러 한바퀴 도는 바람에 원효봉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개심사의 버스시간을 맞출 수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잘 되었다 싶기도 하다.

개심사의 가을 정취를 느긋하게 즐기고 신창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도 걸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원효봉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바람이 차겁다.

손도 시리다.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벗었던 조끼도 쟈켓도 다 입었는데도

따듯한 양지가 그립다.

 

 

 

 

 

 

 

 

 

가야봉은.....

나와 같은 생각을 동행도 했나보다.

산길을 두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중간에 만나는 바위조망터로 안내하니

이런 멋진 조망터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동안 걷는데만 열중했었단다.

 

 

 

 

 

 

사이가 좋아서 잡은 손이 아니라 무서워서 잡은 손 ^^*

 

 

 

 

 

 

 

 

 

중턱 아래에는 아직 단풍이 곱다.

 

 

 

 

 

 

 

 

 

 

 

 

 

 

 

 

 

석문봉이 가까워진 길목에 망부석이 되어 하염없이 서해를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는지....

겨울엔 웬지 그 모습이 쓸쓸해 보일것같다.

 

 

 

 

팥배나무, 윤노리나무, 비목, 참빗살나무 등등

나무의 열매들이 붉게 익어

잎 떨군 나무대신 산을 물들이고 있었다.

 

 

 

 

 

 

팥배나무

 

 

 

참빗살나무

 

 

주말인데도 가야산엔 산행객들이 별로 없었다.

주능선에서는 정읍에서 왔다는 새벽누리?산악회의 일행들을 만난것이 전부고

석문봉에 와서야 몇명의 산행객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단풍을 찾아 따듯한 남녁으로들 갔나보다.

 

 

 

 

석문봉에서 바라보니 일락사 계곡쪽 등산로 아래 나무는

파릇파릇 새 잎을 피워내고 있었다.

길 옆의 나무를 살펴보니 대부분 새 순이 돋는 나무는 비목이었다.

지난 여름 붉노랑상사화 필 때

파란 애벌레에 잎을 갈아먹혀 나목이 된 무수한 비목을 보며 놀랐었는데

아마도 그 나무들이 새 순을 피운것같았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친구가 무릎이 아프단다.

좀 길기는 하지만 사잇고개에서 임도를 타고 용현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임도의 가득한 낙엽속에 보이지도 않던 작은 새들이

발자욱 소리에 놀랐는지 떼를 지어 푸드득 날아오른다.

시차를 두고 한무리 또 한무리......

그 모습이 마치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듯 가볍고 경쾌하다.

아마도 박새가 아니었을지.

은은하게 물든 참회나무 아래에서도 한참을 날아올랐다.

 

 

 

 

 

 

 

 

 

 

 

 

 

 

 

버스회사에 시간과 타는곳을 확인하고

마애불 입구에서 느긋하게 커피까지 즐기며 기다리는데

슈퍼아저씨 왈 막차는 고란사까지 들어오지 않는단다.

다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여차여차한데 잘못 알려주셨으니 회사차라도 보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몇명이나 있느냐고 묻는다.

이럴땐 거짓말도 해야하는데....세명이요 하고 이실직고.

직원이 하는 말

그냥 길 가운데 막고 서 있으란다.^^*

결국엔 친구의 아들을 불러 돌아왔다.

 

 

 

 

 

 

원효암에서 개심사까지 여섯시간이면 될줄 알았는데.....

마음 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우연한 발걸음이 마음 속을 제대로 읽어주었던 산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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