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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할미봉의 바위가 되고 싶어라......남덕유산

 

 

 

 

 

 

 

2014. 1. 19일

영각사~ 남덕유~ 서봉~ 할미봉~ 육십령

서부산악회원 44명과 함께

 

 

육십령에서 남덕유까지 언젠가 한번은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긴 오름길을 어찌할까요.

남덕유의 산행공지를 보았지만 욕심을 접을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다시 보니 코스가 거꾸로 바뀌어 있는것이 아니겠어요.

바뀌었다고는 하나 그 거리며 산세가 만만한 길은 아니겠으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서봉에서 할미봉 그 길을 걸을 기회가 다시는 올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과하다 싶은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지요.

 흰눈에 덮혀있던 목련꽃 봉오리를 보며 다짐했듯이

겨울 목련꽃 봉오리처럼 견디며 걸어보리라고 말이지요.

 

 

영각재에서 바라본 조망

 

 

 

남덕유는 오늘이 세번째입니다.

첫번째는 역시 서부와 함께했던 3년전이었지요.

60년만에 찾아온 추위라고 떠들어대던 날

남덕유에서 바라본 서봉은

어서 달려와 내 품에 안기라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린 모습이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그 서봉의 모습이 오늘의 산길을  욕심부리게 부추겼는지도 모릅니다

 

 

2011년 남덕유에서 바라본 서봉의 모습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일행들이 우르르 영각사를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등산로는 저 아래 샛길인데....

영각사를 둘러 볼 요량은 아닌듯 하지만 따라갑니다.

덕분에 남덕유산 세번째만에 처음으로 대충이나마 영각사를 둘러볼 수 있었지요.

화엄전 앞을 지나면서 보니  꽃창살이 무척 예쁩니다.

오늘 산행은 마음속에 연꽃을 피우며 땀흘리게 될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듭니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싶었으나 예서부터 뒤쳐지면 안될것 같아서

충동을  꾹 꾹 누르며 휭하니 한바퀴 경내들 돌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nami님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입니다.

물론 허락 받았구요.

 

 

 

 

가파른 계단을 올라 영각재에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함께해서 즐거워 보이는 푸른뫼님 내외분

남덕유를 글쎄 동네 뒷산정도라고 말씀하셨다는군요.

얼마나 함께 하고 싶으셨으면 그렇게 말씀을 하셨을까요?

또 그 말을 믿는 척 따라 나섰을까요?

푸른뫼님은 산행때마다 제게 맞는 채찍과 당근을 적당히 주시는 고마운 분입니다.

 

 

 

 

 

영각재를 지나고부터 환상적인 조망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푸르스름한 연무에 덮힌 산그리메

장갑을 벗어도 손이 시리지 않은.. 믿기지 않을만큼 포근한 날씨에

겨울산행의 묘미인 눈꽃이나 상고대는 구경도 할 수 없었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나뭇가지에 가려져도 산줄기의 장쾌함을 숨길 수가 없네요.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저기 어디 산줄기겠지요.

중봉에서도 멀리 보이던 봉우리가 궁금했었는데 가야산이라고 하는군요

왼쪽 끝 높은 봉우리가 가야산이라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맨 뒤로 멀리 지리산 능선과

가야할 할미봉도 보입니다.

 

 

 

 

뒤에 저 멋진 산줄기는 혹시 운장산 구봉산 줄기가 아닐런지..

 

 

 

 

 

 

 

먼저 올라선 자의 저 여유로운 눈길과 미소

방금전까지 발끝을 잡던 돌덩이같은 무게를 다 잊었나봅니다.

 

 

 

 

 

 

 

 

 

 

 

 

그냥 산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먼~ 산군들과

산에 있는 작은 것들...사람과 바위와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언제봐도 참 아름답습니다.

내가 저 곳을 지나올 때도

누군가가  참 아름답노라고 황홀해하며 뒤돌아 보았겠지요. 

 

 

 

 

 

 

 남덕유 정상이 보이네요.

아직도 가야할 길이 까마득합니다.

눈이 녹아내린 가파른 철계단은 아이젠을 신고 오르기에 참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벗을 수도 없고

천천히 조심조심 오르는 수 밖에요.

 

 

 

 

 

 

 

 

 

 

 

 

 

 

 

 

 

 

 친한척 해보라는 주문에 환하게.... 무지 친해보이네요 ^^* 

 

 

 

 

 

 

 

 

 

 

드디어 남덕유 동봉 정상입니다.

선두가 서봉에서 기다린다고 느린 발걸음을 염려하시는 감사님 말씀에

인증샷을 위해 붐비는 남덕유산은 옆으로 돌아 무정차 통과.

 한번 올려다보고 서봉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남덕유 정상사진은  산행 중 제일 추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3년전 그날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함께했었지만 누가누군지 모르겠네요

정상석 뒤로 행인처럼 지나가는 사람이 저라는 것 밖에는요.

 

 

 

 

쌓인 눈 위를 미끄러지듯 서봉을 향하여 한참을 내려가면서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서봉만 오르면 고생이 끝날것 같은 희망을 안고

먼저 도착한 일행의 격려에 힘입어 서봉 마지막 계단을 오릅니다.

처음 밟아보는 서봉

사방으로 확트인 조망이 정말 아름답네요.

 

 

 

 향적봉방향

 

 

 

 

 

 

 

 

 

 

 

사람들이 모여있는 저 곳에 서봉 표지석이 있다는데.... 갈길이 멀어 그냥 통과합니다.

 

 

 

 

영각사에서 남덕유까지는 두 번을 올라 보았고

남덕유에서 서봉까지는.. 어떻게든 오르겠지.

서봉에만 오르면 이제 할미봉 오름 전까지는

그리고 할미봉에서 육십령까지 걷는 길은

말려놓은 곶감 빼어먹듯이 쉽고 재미있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이게 웬걸

이제 오름길은 끝이겠지 하고 오르면 또 나타나는 작은 봉우리들.

이미 지친 몸은 고도를 몇미터 올리는데도 젖먹던 힘까지 짜내야만 했답니다.

 

 

 

 

 

 

물론 높이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길이 그리 호락호락 할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육십령에서 올라오는 산행객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좁은길 지나치는 것이 번거롭기도 했지만

그들에게서 위안을 받으며 힘을 내 봅니다.

올라가는 그들보다는 그래도 내려가는 내가 덜 힘들테니까요.

 

 

 

 

 

남덕유와 서봉을 옆에서 보니 저런 모습이군요.

이제 중봉쪽에서도 남덕유와 서봉을 알아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며느리봉?에서 할미봉 오름길을 바라보니

길도 보이지 않는 가파른 오름길을 앞서간 일행들이 오르고 있네요.

아!  여기서 멈출 수만 있다면 돌이 되어도 좋을 것 같았지요.

 

오늘 최대의 난코스였던 할미봉 오름길.

힘에 부쳐 온 몸으로 뭉개다보니 무릎을 찧고 말았네요.

 

 

 

 

함께 할 수 있다고 기뻐해준 동행들

 

 

 

 

드디어 할미봉 정상입니다.

 

 

 

 

 

 

 

 

 

 

 

안도감과 뿌듯함으로 마지막 인증샷을 하는 애물단지 군단 

 

 

조금은 버거웠던 도전이었지만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가벼워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영각사에서 육십령까지

장장 여덟시간.

천오백 고지에서 내려오는 길이 멀고 힘들었지만 정말 가슴 뿌듯한 산행이었습니다.

 

 

걸어온 길이 참 아름다웠었다고...

그 길을 걸은 산친구들 참 장하다고...

오래 추억하게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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