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가 나의 산길에 동행이 되어줄 것인가.
일단 가까운 산길을 걷기로 정해놓고 기다렸다.
역시 먼 길이 부담스럽다는 그녀와 덕숭산을 산행하기로 했지만
길을 제대로 짚어낼 자신이 없다.
아무래도 목적지 아닌 다른 길로 샐것같은 예감.
덕숭산과 마주한 원효봉 들머리를 지나며
둘의 마음이 원효봉을 향했다.
원효암 아래에서 왼쪽 기슭로 접어들면
소나무와 잎갈나무가 호젓함을 자아내는 오솔길을 걷게 된다.
그 길 옆에 빨갛게 익은 덜꿩나무 열매가 발길을 잡아당긴다.
겨울눈이나 열매를 보고 덜꿩나무인지 가막살나무인지 구분할 수가 없지만
산길에 더 흔히 보이는것이 덜꿩나무인지라 그냥 덜꿩나무라고 불러본다.
의상암터를 지나 원효샘에 도착
은술샘이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요즘 방송에서 역고드름이 종종 나오던데...
이곳 원효샘에도 역고드름이 있었는데
요즘 봄날씨처럼 따라로운 햇살에 고드름은 고사하고 이끼가 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비목의 미처 떨구지 못한 단풍이 햇살에 곱게 반짝였다.
지난 늦가을에 파랗게 돋아나던 새 잎들인가보다.
원효샘에서 정상으로 향하지 않고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택했다.
중간에서 바위에 발을 드리우듯 길게 늘어선 고드름과 한참을 놀았다.
바위에 얼어붙은 얼음속으로는 벌써 꼬물꼬물 봄기운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런 안내판도 없지만 이곳에도 자그마한 암자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망도 멋지고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그대로 시들어버린 꽃대도 아직 꼿꼿하다
등산로와 만나기 직전에 길 양옆으로 잘 쌓아올린 두개의 돌탑과 만나게 된다.
쉬어가라는 듯이 빈의자에, 바위에 햇살이 가득 내려앉았다.
시원스레 뻗어나간 도로와 그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산.
유감스럽게도 수암산 용봉산 뒤에 있는 산군들은 아직 이름을 불러줄 수가 없다.
동행이 업무중인 틈을 타 그림자놀이
원효봉을 오르면서 곳곳에 자리한 멋진 조망터.
덕숭산과 길을 사이에 둔 큰산과 멀리 삼준산자락
산을 보고 있나요? 길을 보고 있나요?
덕숭산과 뒤로 용봉산
꽃이 필 때는 별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미역취
원효봉 턱 밑의 마지막 조망터
수암산 뒤로 보이는 둥근 산은 무슨산? 누가 좀 알려줘요~~
자주 마음을 동하게 하는 원효봉이지만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산길.
철쭉 핀 그 길을 그리며
원효봉에서 내려섰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번데기......상처나서 우화하지 못한 호랑나비 번데기란다.
2014. 1. 26 . 맑음님과 둘이서.
'산에서 나를 만나다 > 산행일기(2011~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효봉이 높아졌다...... 두번째 (0) | 2014.02.21 |
---|---|
각호산 민주지산 (0) | 2014.02.10 |
할미봉의 바위가 되고 싶어라......남덕유산 (0) | 2014.01.20 |
가야산 일출산행 (0) | 2014.01.03 |
송년산행...가야산 (0) | 2013.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