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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각호산 민주지산

 

 

 

 

 

 

 

산 욕심, 사람 욕심, 꽃길 욕심

 욕심 버리기

14년 산행의 화두로 삼았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는 일이 어디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때로는 분에 넘치는 욕심부릴때도 있을게다.

 

뒤깐에서 한번이라도 곤욕을 치뤄본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때로는 내 몸안에 있는 사소한 오물하나 버리는 일도 얼마나 어려운지를.

하물며 마음에 이는 욕심을 버리는 일이 쉬울리 없을것이다.

 

오늘 내가 산행을 따라나서는 것도 욕심이 아닐까 싶어 고민을 했지만

석기봉, 삼도봉을 욕심내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즐거운 산행이 될것 같았다.

 

 

 

 

 

 

 

회장님의 염려대로 미끄러운 눈길에 버스는 도마령까지 오르지 못했고

일행들은 중간에서 내려 예정에 없던 3km의 거리를 더 다리품을 팔아야 했다.

산길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리는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모두들 천천히 걸어주었다.

 

 

 

 

들머리인 도마령

계단위로 정자가 보인다.

영동군 상촌면과 용화면의 앞글자를 따서 "상용정" 이란다.

준비하는 일행들을 뒤로 하고 먼저 계단을 올라보지만

산불감시초소가 지나자 바로 따라잡히고 말았다.

 

농담으로 오늘 산행대장 시켜주겠다며 신경쓰지 말고 오르라고 하는데

자기페이스를 벗어난 걸음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까닭에

길을 비켜주지 않을수가 없다.

 

 

 

 

 

도마령이 해발 800m란다.

천고지에 이르자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없을 때 생긴다는 가시상고대

날카로운 상고대에 온몸을 찔린다해도 마냥 행복하기만 할것 같다.

 

뒷모습만 보면 그럴듯한 산꾼의 모습인데...

 

 

 

각호산까지 느린걸음 맞춰주신 왕눈이토끼님, 회장님, 산에가자님. 그리고 동산님

 

 

 

찍고 찍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것도 재미있다.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이나  즐겁고 행복한 표정들이다.

 

 

 

 

 

 

 

 

 

네번정도 동행을 한 기억이 있는 산에가자님을 보면

정말 산과 사진을 정말 즐기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다.

덕분에 느린 내 걸음이 덜 미안하고

멋진 사진을 덤으로 얻는다.

 

 

 

 

 

 

 

 

즐기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각호산이 코앞으로 다가섰다.

욕심을 버리겠다고 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저 뒤에 숨어있을 각호산의 멋진 조망

언제 또 올 수 있으려나

 

 

 

 

 

 

 

 

각호산 정상의 바윗길은 오르는 길도, 내려서는 길도 까탈스럽다.

바윗길에서 갑작스레 거추장스러워진 스틱을 앞서오른 일행에게 내맡기고

밧줄을  잡고 힘을 내본다.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지만 미끄러워서 꽤나 조심스럽다.

산행객들이 많을 때는 이 구간에서 꽤 정체가 될것 같다.

 

 

 

 

 

 

 

 

 

 

 

 

 

조망은 없지만 너무 멋진 상고대에 한참을 더 머물고 싶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민주지산을 향했다.

 

 

 

 

 

 

 

 

민주지산 가는 길의 상고대와 눈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위를 걷는 발걸음이 설레임에 흔들린다.

온통 하얀 세상속을 걸어가는  일행들의 모습은

그대로 하나의 그림이 되고 꽃이 되었다.

 

 

 

 

 

 

 

 

 

 

 

 

 

 

 

각호산을 지나 잠시 허기를 채우고

후미팀에서 함께 진행하던 회장님이하 몇분은 선두와 합류하기위해 서둘러 떠나고

물한계곡으로 내려설  네 명이 뒤에 남았다.

여차하면 홀로 걸을 각오를 하고 따라왔는데

동행이 세명이나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동산님과 찍힌 사진인데....

어라?  사진으로 보니 뒷모습도 닮았네 ^^*

 

 

 

 

 

 

 

 

 

 

 

 

 

내겐 오늘이 올들어 첫 상고대산행이다.

바람이 없을 때 생긴다는 가시상고대도 아름답고

파란하늘이었다면 영락없는 산호초로 보였을 상고대도 너무나 예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상고대는 바람과 추위를 견뎌내고 있는 나무들에나

산을 오르기 위해 땀흘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선물이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까지 겨우 100터 남짓의 고도를 높이는일이 참 쉽지 않다.

400m남았다는 이정표를 보니 힘이 났다.

대피소 옆의 또 다른 등산로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의 무인대피소는 98년 4월 갑작스런 일기변화로 훈련중이던 장병 일곱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 후에 생긴것이라고 한다.

기후의 변화가 심한 봄과 가을의 산행시엔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것 같다.

 

 

 

 

 

 

 

 

 

 

 

 

 

 

 

 

 

민주지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절정을 이룬 상고대

그 아름다운 눈꽃터널속으로 들어가는 일행을 불러세웠다. 

뒷모습만 지켜보기에는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각호산 오름길 초입에서 괜히 왔다고 후회를 했다더니

상고대를 만나고부터는 좋아서 입을 다물줄을 몰랐다.

또 좋은데 있으면 같이 가자는걸보니

겨울산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들었나보다.

 

 

 

 

 

 

 

 

 

 

 

 

 

 

 

 

 

 

 

 

 

민주지산 정상석 주변에는 물한계곡쪽에서 올라온 산행객들로 붐벼

틈새로 인증샷을  대충 찍고 돌아섰다.

 

저 쪽 어딘가에 내가 이곳에서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산 덕유산이 있겠구나. 

가야산도 보인다는데....

뿌연 안개에 덮혀 바로 앞산도 희미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각호산을 생각하면 이만큼이라도 보여주는것을 고마워해야겠지.

 

 

 

 

 

 

 

 

 

 

보이지 않는 석기봉쪽을 한번 바라보고 물한계곡으로 내려섰다.

내려서는 길이 꽤 가파른데다 빙판이 눈속에 숨어있어

자칫 방심하면 넘어지지 않을곳에서 주저앉을것 같아 다리에 힘을 주며 걷는다.

 

 

 

 

 

 

 

 

 

석기봉 갈림길을 지나고 낙엽이 드러난 운치있는 오솔길도 지나고

길 옆을 따라 흐르는 계곡과 함께 걷는다.

입춘을 지난 계절은 

얼음아래로 봄을 향해 달려가는 물길을 막지 못했다.

 

 

 

 

변하는 것들은 아름답다.

사라지는 것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상고대가 햇살에 사라지지 않는다면....

사랑이 변치 않는다면....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드디어 출렁다리 건너로 보이는 황룡사의 모습이 무척이나 반갑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황룡사는 대웅전 삼성각 관음전이 전부인 자그마한 절이었다.

 

 

 

 

 

 

 

 

 

주차장 가는길엔 스키와 스노보드 등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 특이했다.

요즘 동계올림픽이 한창인데 기쁜 소식이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도열해 있는 장승들의 배웅을 받으며 민주지산 산행을 끝냈다.

다행히 선두팀보다 늦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 그들도 멋진 상고대에 발목을 붙잡혔겠지.

선두팀 중에서도 선두로 들어오신 봇대님이 석기봉과 삼도봉 소식을 들려주었다.

이름대로 바위봉우리였고 바람이 너무 불었지만 멋진 곳이었다고.

지금은 그렇게 소식을 전해듣고 사진을 보는것으로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2014. 2. 8일

나홀로산우회 22명과 함께

 

도마령~ 각호산~ 민주지산~ 물한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