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9일 나홀로산우회 43명과 함께
금봉리주차장~ 오봉사~ 시여골갈림길~ 남문~ 독용산정상~ 동문~ 시여골~ 금봉리 대략 11km
8시간
무엇인가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 다를것이다.
사람에게서도
어떤 사람은 성격에 끌리고, 또 어떤이는 목소리에 반하고
취미가 같아서 혹은 외모에 경제력에...
이유도 가지각색일테지.
산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세간의 명성만으로 찾게되는 산도 있고
모험과 스릴넘치는 암릉의 멋에 찾게되는 산이 있고
엄마품처럼 편안한 휴식을 안겨주는 산도 있지요.
각 산마다 저마다의 특징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독용산
내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산에 끌린것은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그 산엔 무엇들이 살고 있을까?
하지만 단체산행은 항상 제게 부담이다.
특히 나홀로산우회는 산을 잘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서 더 부담이 크지만
그런곳을 따라가겠다고 선뜻 나선 똥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아마도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겠지.
내가 따라가면 좋아라해줄 사람도 한두명은 있을 거라는 착각도 한몫 거들었다.
오왕사를 지나 계곡을 건너 산길로 접어들었는데
원래 계획했던 등로는 마을에서 길을 막아놓았나보다.
선두로 가던 사람들이 되돌아나온다.
우거진 숲속은 처음엔 서늘함을 주었지만 습한 날씨에 바람도 없으니
땀이 비오듯한다.
묘지 근처에 몇몇 야생화들이 보였으나
한번쯤은 만난 꽃들이라 속으로 다행으로 여기며
그냥 지나쳤다.
처음보는 꽃이었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눈맞춤을 했을것이다.
원시림이라는 말에 걸맞게 등산로 주변도 우거져있어서
더워서 걷어올린 바지를 다시 내려야했다.
아마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은 이유도 있을것이다.
한시간여쯤 오르니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일행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등로에서 왼쪽으로 살짝 들어가니
운해가 펼쳐진 멋진 조망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후미인 내가 갔을때는 구름이 가야산 정상을 덮은 뒤여서 약간 아쉬웠다.
남문 가기전에 멋진 노송뒤로 바위조망터가 보였는데
그곳에서도 조망이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선두팀들의 사진을 보니 살짝 아쉽다.
몇군데 안되는 독용산의 조망터중에서 제일 멋진 곳이었는데 말이다.
첫번째 조망터를 벗어나니 오른쪽에도 이런 풍경이..
나를 앞세우고 뒤에 따라오던 일행들이 하는 말들이 들려온다.
"걷는 건지 쉬는 건지 모르겠네"
또 한사람은 트레드밀 위를 걷고 있는것처럼 지치지 않아서 좋단다.
기를 살리자는 건지 죽이자는 건지.
어쨌든 잘 걷는 사람이 천천히 걷는것은
내가 빨리 걷는것만큼이나 힘든일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에
길을 비켜주었다.
나도 뒤에서 걸어야 편안하게 내 페이스대로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이 근처 어디에 남문이 있던데..못 보고 그냥 지나쳤다.
하늘말나리와 산수국, 흰여로가 가장 많이 보였고 좁쌉풀과 병조희풀 일월비비추도 제법 보였다.
습한 날씨때문인지 여러종류의 버섯들이 꽃보다 더 많이 피었다.
성이 같아서 항렬을 따져보니 조카뻘이 되는 콴님
그냥 모른체했으면 누나소리를 듣는건데
이제 꼼짝없이 아줌니 소리를 듣게 생겼다.
옆으로 산성이 있는 편안한 오솔길을 한동안 걸어 만난 이정표
힘은 들고 속도는 자꾸 떨어지고...
고민이다.
그냥 주차장으로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누군가 발목잡혀 딸려올 생각을 하니 그럴수도 없다.
조카뻘되는 콴님이 배낭을 맡기라는데
못이기는 척 배낭을 떠넘기고 정상으로 향했다.
나중에 들으니 "나는 주차장으로 바로가면 안될까?" 하고 물었을 때
순간 어쩌지 고민스러웠단다.
왜 안그랬겠는가
혼자 보낼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못보게 생겼으니 말이다.
물박달나무겠지?
너무 귀여운 모습에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산행 시작한지 세시간30여분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선두팀은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끝내고 출발채비를 하는 중이었지만
일행들을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여러사람의 배낭에서 나온 먹거리들이 푸짐했지만
힘이 들었는지 밥을 먹을 수가 없다.
물을 말아 몇숟가락 뜨고는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팔랑나비를 따라 일어섰다.
줄꼬마팔랑나비
몇마리 날고 있는 나비가 있어 무슨 나비인지 궁금하여 한참을 기다렸는데
황알락그늘나비였다.
나무에도 잘 내려앉고 풀잎에도 내려앉아 날개를 펴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은 잡을 수가 없었다.
황알락그늘나비
어! 이건 무슨나비지?
날개에 반원을 그린 가지런한 문양에 처음보는 순간 깜짝놀랐다.
새로운 나비를 또 만나는구나.
그런데 가만히 보고있자니 왕자팔랑나비다.
지역변이가 심한 나비인지
우리동네에서 만나는 왕자팔랑나비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회원 한분이 자기 스틱에 앉은 잠자리를 찍어달라며 보채는 바람에
날개를 편 모습을 제대로 담지를 못했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나비들이 즐겨찾을만한 곳은 거의 없어보였다.
다행히 정상부가 탁 트여서인지
정상 부근에는 위의 나비 이외에도 표범나비종류, 조흰뱀눈나비 등의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독용산의 정상석은 꽤 큼지막하니 시원스레 서 있다.
주변 산세를 설명해 줄 사람도 없으니
인증샷을 찍고는 하산을 서둘렀다.
후미에서 함께 걸어준 고마운 사람들
정상에서 몇십미터쯤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오르는 길이 있었는데
앞 사람을 따라서 계곡쪽으로 길을 잡았다.
아무래도 동문을 놓친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올라서기도 그렇고
지도를 보면서 힘들면 바로 빠져야지 생각했던 길이어서 그냥 진행을 하였다.
성곽을 따라서 동문에 도착해야하는데
임도를 따라서 동문에 도착하고 말았다.
생각했던대로 그 길이 성곽길보다는 짧은 길이었는지
앞서걷던 몇사람을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동문을 지나 임도를 이십여미터 걷다가 바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서
고난이 시작되었다.
언덕을 내려서면 바로 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앞서걷던 베테랑 산꾼들이 아무런 의심없이 계곡으로 내려섰던것이다.
정말 이런곳으로 내려갔을까 의아해하면서도 백여미터 이상을 내려섰는데
다행히 빠른 판단력으로 다시 올라와 길을 찾았다.
은광폭포까지 내려가는 동안
비가 내리긴 했지만 수량이 부족했는지
가뭄에 고였던 물들이 씻겨내리지 않아서 물이 탁했다.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떨어지듯 내려서니
그곳에 은광폭포가 있었다.
떨어지는 폭포수와 싱그러운 녹음과 촉촉한 이끼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비춰드는 햇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떠나기 아쉽지만 이제 발길을 서둘러야했다.
그런데 계곡을 이쪽저쪽으로 오가며 이어지는 길이 발목을 잡았다.
길을 찾느라 애쓰던 회원 몇사람이 물에 빠지고 넘어지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던지.
나도 다행이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바위의 이끼를 보지 못하고 밟는 바람에 간떨어지는줄 알았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맑은 게곡 물에 잠시 몸을 담그고
산행의 열기를 식혔다.
계획했던 산행시간은 여섯시간이었는데
후미팀 기준으로 거의 여덟시간이 걸렸다.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함께 걸어준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그래도 누구하나 얼굴찌푸리는 사람이 없다.
마지막은 시원한 수박 한쪽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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