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낙지 임도
길을 떠날 때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마음을 부푼다.
길을 걸으면서도 이쪽저쪽 기웃거리는 것은
그 기대감 때문이다.
이 길 위에서 오늘은 무엇을 만나게 될까?
저 길모퉁이 돌아서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은 혹시
늦둥이 시골처녀나비 한 마리가 이 길 어디메쯤에서
기다리고 있지나 않을까.
하지만 가을이 깃드는 황낙지 임도는 너무나 조용하다.
구절초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꽃들이 반갑게 반겨줄때도 있다.
더러는 계절보다 조금 이르거나 늦거나 한 꽃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들은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피고 지고 했을터이니
예상치 못했다는 것은 내 무심함 때문일게다.
수수한듯 고고함이 느껴지는 구절초
늦둥이 미역취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보라빛 용담
미역취
용담
항상 기분 좋은 만남만 있는것은 아니다.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땡볕과 바람도 만나고
벌의 윙윙거리는 소리에 몸을 움츠리고 무서움에 떨기도 한다.
큰꿩의비름이 있는 곳의 바위틈에 자리잡았던
축구공만한 말벌집은 오늘 보니 많이 작아졌다.
다 부화하여 날아갔나보다.
신장저수지가 보이는 풍경
곱게 단풍든 고추나물
개심사 임도
아무리 아름다운 길도 그 길을 걷는 사람이 없으면 뭔가 좀 싱거운 느낌이 든다.
곱게 물든 단풍보다도, 어여쁜 한송이 들꽃보다도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도 담아보고
함께 걷던 친구를 조금 떨어뜨려 놓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비목 사이로 살짝 엿본다.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지만 꽃을 만나면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이걸 변덕이라 하지 말고 꽃에 대한 예의라고 해두자.
가까이 있는 것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솜나물
개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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