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7일
산울림산악회와 함께 한 송년산행
2014년의 마지막 산행이 된 수락산
산에 대한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데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천천히 걸으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지만
시간을 맞춰야하는 단체산행에서 내게 만만한 산행코스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다섯시간 이내의 산행시간, 점심제공
오늘 함께한 산울림은
음식솜씨가 없고 걸음이 느린 내게 딱이다.
겨울에 처음 찾는 수락산
바위산에 대한 염려보다는 기대가 훨씬 컸다.
벽운마을을 기점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포근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코끝이 싸 하다.
얼어붙은 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도 얼어붙었다.
아이젠을 해야하나...
모두들 아이젠의 불편함 대신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긴다.
계곡이 끝나고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었지만
깔딱고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깔딱고개는 도대체 어떻길래?
그런데 이상하다....
이쯤에서 뒷사람들에게 추월 당할때가 되었는데 뒤에 따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늘 내 컨디션이 아무리 좋다지만 이럴리가 없는데....
안부 사거리의 이정표
깔딱고개로 직진하면 700미터지만 우회해서 가면 2.5km를 걸어야 한단다.
생각할것도 없이 마음은 직진코스를 가고 싶지만 조용히 결정을 기다렸다.
다행히 바위에 눈이 별로 보이지 않으니 깔딱고개로 오르기로 했다.
가파른 암릉 길
믿을거라곤 내 두 팔과 두 다리 뿐.
마음같아선 한달음에 올라설 수 있을것 같은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으쌰으쌰 기합을 넣어본다.
그래도 헉 헉거리며 줄을 부여잡고 두어번은 쉬어야했다.
산행초보인 친구가 걱정스러웠는데
웬걸.. 몸이 가뿐한 그녀는 나보다 훨씬 잘 올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쉬면서 돌아보는 풍경이 너무 시원스럽다.
463봉의 매월정을 사이에 두고 왼쪽엔 삼각산이 오른쪽엔 도봉산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한고비 오를때마다 수고로움을 보상이라도 해 주는 듯 시가지와 산줄기가 안눈에 안겨온다.
올라야 할 배낭바위
매일매일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저 시가지의 사람들은 참 행복하겠다.
나도 매일 바라보는 가야산이 있어 좋다.
도봉산 줄기와 우측으로 작게 보이는 사패산
딱 봐도 손가락 바위인데 매바위, 독수리바위 라는 이름도 가졌단다.
등로에서 살짝 비켜선곳이어서 백호님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배낭바위
등에 질 배낭도 힘의 균형을 생각하며 꾸리면 훨씬 힘이 덜 든다는데
이 바위..정말 기막힌 힘의 균형이다.
무엇이 서로를 잡아주어 서로를 견디게 하는걸까?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듯한 거대한 바윗덩어리
멋지다....자연의 힘 앞에 그저 고개 숙일 뿐이다.
사패산 정상이 바위 뒤로 숨어버렸다.
윗쪽에서 바라본 배낭바위
이리보면 나른한 두더쥐 같기도 하고 저리보면 꽁지잘린 토끼 같기도 하다.
내려가야 할 하강바위 방면
능선에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철모바위가 보인다.
일단 정상부터 오르고
내려오면서 들러봐야지 하면서 지나쳤는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는 것....
눈에 보일 때, 생각났을 때, 그 때를 피하면 안된다는 것 새삼 느꼈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계단
정상 표지석은 안 보이지만 여기가 수락산 정상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선배님 부부를 옆에서 담아본다.
산에 대한 늦바람으로 신바람이 나 계신 중학교 직속선배다.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는 모습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곳이 어디든 참 아름다워 보인다.
일찍 산행을 하였기에 등산로도 한산하였고 정상에서도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삼각산 아래는 서울이고 도봉산 아래쪽의 시가지는 의정부란다.
저쪽 어디로 불곡산도 보이고 감악산도 보이고 소요산도 보인다는데 알아볼 수가 없다.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뒤돌아 본 정상부
하강바위....다음엔 저곳에도 올라봐야겠다.
소나무 위로 고개내민 철모바위
배낭바위. 철모바위 등 지나온 암릉과 코끼리바위 하강바위가 한눈에 조망되는 아무 멋진 곳인데
모두들 그냥 지나가 버린다.
식탐하면 대한 민국 만세 못지 않은 나지만
유일하게 식탐을 자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이다.
조망을 즐기며, 산을 느끼고, 몇장의 사진을 찍는 일
먹는 것 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
하강바위
방향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의 하강바위
넓게 펼쳐진 이 바위가 치마처럼 보이는데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서는 어느것이 치마바위인지 잘 모르겠다.
아기코끼리 바위는 알겠는데...코끼리 바위는 어느방향에서 봐야 코끼리를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래 좌측으로 살짝 비켜 잘린 작은 바위가 종바위란다.
당겨 본 아기코끼리
일행의 대부분은 이곳 갈림길에서 하산을 하고 우리는 도솔봉으로 향했다.
아까 오름길에 깔딱고개에 다 오르도록 추월하는 사람이 없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선두팀 몇명을 제외하고는 혹시라도 바윗길이 위험할까봐 이곳으로 올라왔다고 하니
올라온 길 그대로 되짚어 내려간 셈이다.
도솔봉....
도솔봉과 탱크바위?
포장도로를 걷는 것을 피하려 했으나
수락골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 가파르고 미끄럽다하여 완만한 길로 내려왔다.
길가에 이런 문인석도 있고
되돌아보는 능선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거의 다 내려오니 천상병 시인의 시들이 걸려있는 공원이 나왔다.
꽁 꽁 언 계곡 얼음판 위에선 아이와 아버지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기도하는....
길가의 문인석
일찍 산행을 시작한 덕분에 한시도 안되어 산행을 끝냈다.
2014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수락산 산행
날씨도 너무 좋았고, 함께한 사람들도 정겹고, 숨김없이 다 보여준 산이 너무 좋았다.
산이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자.
굳이 이유를 찾아 붙인다면
산이 엄마같아서일까.
다 내어주고, 다 품어주고, 말없이 기다려주는 엄마
그 품에 다시 안기고 싶다.
2014.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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