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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봄비 따라 흐르다..... 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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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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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예보된 덕유산 산행을 앞두고

좋아하는 유치환님의 싯귀절이 떠올랐습니다.

피할 수도 있지만.... 피하지 말자

눈, 비 맞을 각오를 하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산을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서

산 정상을 너무 쉽게 오르려 한 욕심을 질책이라도 하는 듯

기계의 힘을 빌려줄 수 없다고 하네요.

 

2차 산행팀을 들머리에 내려주고 날머리로 향합니다.

길이 보이는데...그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은 슬픈일이지만

그 길을 감으로해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면

돌아서는 것이 맞겠지요.

 

 

 

 

몇시간 후면 산벗들이 내려 올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를 맞으면서 말이죠.

산 정상에선 눈바람이 뺨을 후려치는 그 시간에

산 아래에는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고

장갑을 벗어도 손이 시리지 않을만큼 날씨가 포근합니다.

 

 

 

 

이름표는 없지만 멋진 폭포를 만납니다.

산의 정기를, 나무의 정기를 끓어 모은 듯

폭포 소리가 우렁찹니다.

 

 

 

 

길가에 이름표를 달고 서 있는 나무들을 한번씩 쳐다봅니다.

너덜너덜하지만 아름다운 수피를 가진 물박달나무와 함께 서 있는 박달나무

아! 박달나무로 홍두깨를 만든다고 하네요.

대팻집나무, 노각나무, 물푸레나무... 또 무슨 나무가 있었더라?

나무들을 보며 요즘 인상깊게 읽은 글귀를 떠올립니다.

"사람은 세월이 흘러도 나무처럼 저절로 굵어지지 않는다"

며칠전 떡국 한사발과 함께 나이 하나를 보탠 터라

다시 한번 스스로를 생각하게 하는 글귀인것 같습니다.

 

 

 

 

이정표 앞에서 둘의 마음이 칠연폭포로 향합니다.

어차피 정상에 대한 욕심은 버렸으니까요.

계곡을 오르면서 보이는 작은 폭포들이 대부분 얼어있습니다.

어느 폭포가 칠연폭포지?

아하! 연달아 일곱개가 있어서  칠연폭포인가봅니다.

그 중에 규모가 제일 큰 폭포까지 꽁 꽁 얼어붙어 있네요.

떨어지는 물줄기가 조금씩 얼어 빙벽이 되었듯이

이제는 떨어지는 물줄기가 조금씩 얼음을 녹이며 봄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다시 발길을 돌려 동엽령을 향합니다만

계곡이 자꾸 발목을 붙잡는군요.

눈 위에 쭈그리고 앉아 얼음사이로 흐르는 물과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그곳을 떠나기가 싫습니다.

오랜 산친구 맑음님과 함께 새로운 놀이에 빠져 한참을 놀았습니다.

 

 

 

 

우리가 칠연폭포를 향하는 동안 동엽령을 향해 올라갔던 일행 다섯분이

발길을 되돌려 내려오시네요.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고...내려 가라고 합니다.

바람이 무섭지는 않지만 조금 더 오르다가 발길을 돌렸지요.

열심히 오른다해도 이제 동엽령까지 가기는 글러보였고

배도 고프고, 어디 마땅히 간식먹을 장소도 없고해서...

 

비록 제대로 된 산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상기된 표정으로 돌아온 일행들의 산 이야기를 들으며, 사진을 보며,  함께 걸은 듯 즐겁습니다.

봄이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귀에서 아른거립니다.

멀지않아 그곳의 꽃 소식도 들려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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