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일 설악산 2일차
중청산장~ 대청봉~ 중청봉~ 끝청봉~ 한계령삼거리~ 한계령
해가 떠오르지 않는 곳은 없지만
그래도 산에서 보는 일출은 특별하다.
그것도 생전 처음 밟아 본 대청봉 아래서 보는 일출이라니.
잠깨어 나와보니 구름 위로 햇님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카메라를 가지러 들어와 시간을 보니 5시 7분이다.
해가 뜬지 이십여분은 더 지났을것 같은데
동해라 해가 빨리 뜨는가보다.
동행들은 들어가고 혼자남아
평상위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이 순간의 나 자신을 담아본다.
벅찬 감동보다, 날아갈듯한 환희보다
담담하고 평화롭고 고요함이 참 좋다.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마중하러 다시 대청봉에 오른다.
대청봉에 오르기 전에 주문처럼 되뇌이던 말
해지는 것도 보고
해 뜨는 것도 보고
중청에서 밤하늘의 별도 보고
골골을 감싼 운해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문을 걸 듯 몇번이나 되뇌이던 말.
구름이 밀려왔다 밀려가고 또 다시 모습을 바꿔 또 다시 밀려온다.
해 지는 것과 밤하늘의 별을 보는 일은
이미 허사가 되어 버렸고
그런대로 일출은 보았지만 운해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깨끗한 조망이라도 보여다오.
대청봉에 새벽부터 산길 올라온 산님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햇살 받은 속초 앞바다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들이 왔다.
지리산 천왕봉, 한라산 백록담....의미있는 산행을 할 때마다 함께 해준 고마운 이들이다.
둘리님~~~
시나브로님~~~~
반가워요.
산정에서 멋진 만찬을 맛보여준 둘리님
친구를 혼자보낼 수 없었던 의리의 시나브로님
밤새 잠들지 못한 대청봉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머리까지 꽁꽁 싸매고 돌 같은 모습으로 다시 정상석 앞에 서 본다.
어제 저녁에 지나친 꽃들과 눈맞춤하며...
참바위취
범꼬리
바람꽃도 다시 한번 보고
금마타리
처음 만나는 만주송이풀
산꿩의다리
산장에 내려와 둘리님과 시나브로님이 준비해온 아침을 보니 완전 진수성찬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긴 길... 거뜬히 걸을 수 있을것 같다.
중청봉을 향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공룡능선의 멋진 풍광에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네귀쓴풀. 느린 걸음 덕분에 만난 귀한 꽃..예쁘게 찍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대청봉바라기 산꿩의다리
등대시호
멍덕딸기? 곰딸기?
귀때기청봉 뒤로 어딘지 모르지만 안산이 있다는 것만..
저기 어디 오세암이 숨어있을텐데.. 방향이 바뀌니 어디쯤인지 가늠이 안된다.
여로
토현삼
쥐다래
무슨 나무일까요?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존봉 마등령 나한봉 큰새봉 1275봉 신선봉
몇년전 공룡능선을 걸으며 들었던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어디가 어딘지 알아 볼 수가 없다.
겨울산님과 시나브로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몇몇 봉우리는 눈에 들어오는데
또 방향이 바뀌면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뾰족한 세존봉을 기준으로 왼쪽에 큰새봉 오른쪽에 1275봉, 봉정암과 사리탑
왼쪽 끝 어디쯤에 오세암이 있겠지.
사실 오늘 봉정암으로 해서 백담사로 내려가는 코스를 걷고 싶었지만
너무 긴 코스에 자신이 없어서 말도 꺼내보지 못했다.
참조팝나무
여기가 끝청봉이었다고...
본래도 그다지 꼼꼼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자꾸만 허당이 되어가는 것 같다.
소청봉과 헷갈려 우리가 끝청봉도 갔었냐고 헛소리를 하질 않나
문패도 보지 않고 열려 있는 남자탈의실로 들어가지를 않나
주걱봉 아래 쏙 들어간 곳이 한계령삼거리쯤 될것 같다.
겨울산님 인심쓰듯 하시는 말씀.. 시간을 줄테니 귀때기청봉에 다녀오라고 한다.
정중히 사양합니다.
두 친구
부게꽃나무 열매
새며느리밥풀
세잎종덩굴
산마늘
중청에서 한계령삼거리까지의 능선길에 계속 조망이 나올 줄 알았는데
조망터는 몇 군데 없었지만 완만한 능선에 시원한 숲길이어서 걷기에 참 좋았다.
꽃도 보고, 다람쥐랑도 놀고, 간식도 먹고...
집에와서 배낭을 푸는데 찹쌀떡이 나왔다.
얼마나 푸짐하게 이것저것 준비들을 해 왔는지 내 가방속에 뭐가 들었는지 생각조차 못했다.
귀때기청봉과 가리산
여기서 보니 오세암이 어띠쯤인지 알겠네.
강아지바위...정말 귀엽다.
한계령삼거리까지 오는동안 두어차례 떨어지는 빗방울도 맞았지만 다행히 금방 그쳐주었다.
언제 다시 보게될지 모를 설악의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아본다.
여기서보니 또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알아볼 수 없지만
그냥 보는것만으로도 마냥 좋다.
중청에서 한계령까지 일곱시간을 조금 넘긴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젖지 않고 산행을 끝냈으니 이것도 행운이겠지.
둘리님 일행의 차량회수를 위해 오색으로 가서 짧은 만남에 이별을 고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산길 오르던 그 사람들은 어쩌나
추울텐데.... 미끄러울텐데....
하지만
내일 아침 멋진 운해가 그들의 고생을 기쁨으로 바꿔놓겠지.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
어제와 오늘 흘린 땀을 잊지 말아야지.
생각해보니 땀을 너무 적게 흘리고 너무 많은 것을 얻어온것 같다.
역시 난 운이 좋은 사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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