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6일 토요일
상가리저수지~ 쉼터갈림길~ 가야봉능선~ 석문봉~ 옥양봉~관음사~ 상가리저수지
오름길에도... 능선에서도...
산딸나무가 제법 보였다.
조각조각 수피가 벗겨지는 그 나무.
뿌연 미세먼지
어정쩡하고 결론엾는 약속이었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
그걸 무시하고
먼 산을 따라가서 황새 쫓아가는 뱀새처럼
가랑이 찢어지게 종종대며 따라 걸을것인가.
아니면 동네 산을 유유자적 걸을 것인가.
약속도 약속이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산행이니 유유자적 걷는것이 좋겠다.
그런데 옥양봉 오름길에
노루발님께서 왜 그 이야기를 꺼냈는지 모르겠다.
얼핏 본 기억이 있는 싯귀
....저절로 붉어졌을리는 없다.
............
올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해를 보내면서
나는 얼만큼이나 붉어졌을까?
또 얼만큼이나 둥글어졌을까?
닯아 없어진 등산화의 뒷축만큼
잡고 올라선 길가의 나무껍데기만큼은 둥글어졌을까.
대추는 고작 태풍몇개, 천둥몇개, 땡볕 두어달로도
달달하게 익은 대추맛을 내는데
나는 어떤 맛을 내고 있나.
대추 한 알....장 석 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개
저 안에 벼락 몇개
저 안에 번개 몇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 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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