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아침에 보니 소복이 쌓였다.
버스정류장까지 가로질러 가는 길은
등산화의 발목에 눈이 넘어갈만큼 푹 푹 빠졌다.
앞서간 발자국이 있는 곳은
그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포개며 걸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앞서간 발자국의 주인이 고맙다.
눈님이 오시면 참 좋았다.
그것도 펑펑 함박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강아지처럼 발발거리며 뛰어다니고 싶었다.
하얗게 소복이 쌓인 눈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좋지만
무작정 좋아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딸아이가 이제 막 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며칠전 오디오북을 듣다가... 제목은 뭐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람이 처음부터 나쁘다거나, 착해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했느냐에 따라서, 나쁜 사람이 되기도하고,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한단다.
거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세간의 평판이 무척 좋았던 사람들도 어떤 판에 들어가면
그 넘이 그 넘 되는 모습을 많이 봐왔고
어떤 상황을 가정해 볼 때... 나는 그러지 않을거라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쁜 사람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