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상고대와 황홀한 설경을 보며
대둔산에서 2022년도의 마지막 산행을 멋지게 하리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남부지방의 기록적인 폭설로 입산이 금지되었다.
하필 날짜조차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이런저런 약속을 잡기에 좋은 날이니
이 추위속에 산에 가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물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나와 걸음이 맞아야하니
동행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저런 궁리끝에 버스로 접근하기 좋은 개심사 주변이나 한바퀴 돌아오리라
버스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데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람때문에 망설이던 차에, 예보와 달리 순한 날씨에 마음이 들썩였나보다.
그녀가 개심사에 올때까지 혼자 한바퀴 돌았다.
10월에 완공예정이라던 개심사 범종각과 계단 공사는 아직도 전혀 진척이 없으니
주변도 어수선하고, 종각이 없으니 웬지 허전하다.
감도 올해는 흉년이어서 그 많던 동박새는 물론 다른 새들의 소리도 조용하다.
그녀와 함께 제대로된 눈산행지를 찾다가 도비산으로 향했다.
소재지를 벗어난 외곽도로를 생각없이 달리다가 봉락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낮으막한 산인데도 소나무 위에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겨울산 느낌이 났다.
부석사~ 정상~ 활공장~ 임도~ 해넘이전망대~ 일주문~ 부석사
능선과 만날때까지 아무도 밟지 않은 첫눈을 밟으니 더 기분이 좋다.
도비석문
활공장
미끄러질까 종종걸음으로 내려온 내발자국
둘이 다퉅듯 어수선한 발자국, 왔다가 되돌아선 발자국, 겅중겅중 뛰어다닌 발자국
고라니 발자국을 실컷 구경했던 임도길
코스도 짧고 내리막이 더 많았던 산행이라 힘들지도 않으면서
겨울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한 즐거운 산행이었다.
어떤 선택이든 아쉬움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만족할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그 선택은 언제나 옳다.
오늘 도비산처럼.
2022. 12. 24일 맑음님과
맑음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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