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6일.
"토요일에 호사도요 보러 자전거 타고 다시 가볼까해요"
" 꼭 성공하세요 ^^*
그럴 생각이었지만 12시부터 비가 예보되었다.
먼길에 비가 내리면 낭패이니 근처나 한바퀴 돌고 오리라.
물 한병 챙기려했는데 나와서야 생각이 났다.
근처나 잠깐 돌건데....
털여뀌
낭아초
물옥잠
흰꽃여뀌
꽃여뀌
논두렁의 꽃들과 황조롱이 사냥을 보며 놀다보니
하늘에 파란하늘 한조각이 보이는것이 개일것만 같다.
그냥 한번 가봐.
어느새 뿅뿅다리까지 왔다.
맑음님과 내가 이름붙이 도영제
천변에서 큰주홍부전나비가 반긴다.
너무 예쁜 큰주홍부전나비
쇠무릎에 암먹부전나비
흰꽃여뀌에 네발나비
이질풀에 암먹부전나비
다리를 건너지 말아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멀찌감치 자전거를 세우고 무논을 향해 걸어갔다.
맨 앞의 차량에 탄 이들에게 물어보니 은신중이란다.
어디쯤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학도요를 기준으로 물었더니 앞에 있단다.
잠시 땅바닥에 주저앉아 기다려보지만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나랑은 인연이 아닌게지.
더 있어봐야 눈치밥이나 먹게 생겼다.
그래 나한테는 이게 딱이지.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영제에서 잠시 빗방울을 바라보다
친구에게 SOS를 쳤다.
"나 배고파. 라면 좀 끓여줘"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그녀의 농막에 들러 사과와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고
무우 솎아내는 일을 좀 거들었다.
무척이나 예민한 호사도요나
너무 연해서 손길만 스쳐도 뚝 뚝 부러지는 무우 잎이나
참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