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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소요산..겨울에 오고 싶었는데

2005. 11. 8

 

마음에는 있었지만 갈 수 없을것 같았던 나들이길

비오는 새벽 갑자기 외출이 결정되었고

내리는 빗줄기가 안타깝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에 개일거라는 한가닥 희망

그리고 생각했다.

날 기다렸구나. 내가 보고 싶었구나. 나를 만나러 왔구나

 

산길에서 만나는 꽃 한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말라는 글을 읽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 산길에서 그 사람을 만나려고 그때 피어난 거라고

거기서 그 사람을 기다린거라고

그렇게 만난건 우연이 아니라고.

고맙게도 서울에 도착하자 빗줄기는 멈춰 주었다.

 

첫차를 타면서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과 외출 약속이 있다는 그녀를 무조건 아홉시까지 의정부역으로 나오라고 했다.

첫차를 타면 그 열차를 탈 수 있을것 같았고

그 기차를 타면 연락을 하지 않아도 입구 어디쯤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것 같았고

그렇게 불쑥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고

나 하나 때문에 시간을 조절해야하는 미안함을 덜고 싶었다.

 

그런데 빗길이라 차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전철 환승역에서 지체되는 시간...

그래서 약속시간보다 늦게 만났고  다음 열차로 열한시경에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입구의 단풍나무길이 물기에 촉촉하니 곱다.

열흘전쯤에 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고, 단풍을 만나러 온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좋다.

 

자재암 근처 어디쯤에서 내려오는 용월이를 만났다.

힘들어서 도저히 못갈것 같아서 내려온단다.

이런 걱정되네.....

일행들이 어디쯤 갔을거라고....

거리가 너무 떨어져있고 한번에 통화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겨우 연결이 되었는데 우리는 자재암을 겨우 지나쳤는데

벌써 중백운대라니.....

아쉽지만 만나기는 힘들것 같다.

 

자재암을 조금 지나 올려다보니 산이 가파르다.

친구는 오르기도 전에 아이구.. 하면서 한숨을 쉰다.

이런델 왜 가니? 하면서 말이지

다행히 사람들이 많아서 몇발자국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하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새 계단길의 끝에 와 있었다.

 

그 곳에서 쉬면서 바라다 본 산세는 ....

글쎄 조금만 돌아서 가면 .......

그런데 오르다 보니 방향감각을 모르겠다.

조금 휘돌아 이어질것 같던 산길이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 있다.

나 이외에도 여럿이 그런 착각으로 올라온 것 같다.

 

지도를 보면서 중백운대에서 내려갈까 했는데

뭐 상백운대 얼마 안 남았네... 길도 괜찮네..하면서 오르디 보니 어느새 그곳에 서 있네

 

친구가 컵라면이랑 김밥을 준비했는데...힘이 드니 위가 일할 근력이 없다 한다.

그래서 그냥 쉬게 놔 두었다.

축재해 놓은것이 많으니 한끼끔 굶어도 괜찮겠지 (부정축재는 절대 아님)

친구들을 만났으면 혜경이랑 용월이랑 연화가 싸온 그 맛난 음식이랑 과일  앞에 두고

얼마나 배가 아팠을꼬

 

내려오는 길엔 그 숨어있는 선녀탕에 손도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내려왔다.

미끄러질까 땅만 쳐다보며 스틱 잡은 손에 힘을 주었더니

어깨가 아프다

평균시간 세시간이라는 그 코스를  우리는 다섯시간 반이나 걸려서 돌아왔다.

내려오는 길에 자재암 나한전 옆 식수대에서

불로장생한다기에 물한컵 받아 마시고

가족 모두 함께 불로장생 해야겠기에 친구는 보온병에 한병 받아갔으니

안방에 앉아서 소요산의 정기를 마셨겠지.

 

소요산 역에서 차를 끓여 준다는 아주머니 얘기에

겨울에 오고 싶었는데

언젠가 겨울에 다시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