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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놀멍쉬멍..올레길

 

6시에 숙소를 출발 통물식당에서의 아침은 입맛에 딱 맞았다.

동물식당으로 잘못보았는데 간판을 보니 그 동네이름이 통물인가보다

식당맞은편에 보라빛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가 있어 궁금했는데 월평포구근처를 지나면서 길가에 무척 많았고

향도 좋았다.

가까이에서보니 멀구슬나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지난번 두륜산 산행때 누군가 멀꿀을 멀구슬로 알려주어 찾아본적이 있었는데....

원주민의 얘기가 목실나무라하여 아닌가보다 했었는데 멀구슬나무가 맞았다.

 

차도를 따라 한참을 걸은후에야 바다가 보이는 길로 접어들었다.

길가에는 키가작은 등심붓꽃과 무슨 장구채인지 여러 꽃들이 피어있었다.

등심붓꽃이 이렇게 키가 작은지 오늘 처음 알았다.

 

 

종려나무 가로수길을 지나고 몇개의 꽃터널을 지나 다시 만난 해변

양옆에 기암을 거느린 작은 포구같은 해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름다움 앞에서는 그 누구나 같은 마음인가보다. 

 

  

 

 

 

갑옷처럼 겹겹이 껴입은 종려나무의 단단한 수피도 아름다웠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행복해보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이니 행복할 수 밖에.

 

 

 

이곳에서의 시간은 정말 유쾌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행복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입을 다물 수 없는 환자가 되어있었다.

구성진 목소리와 절제된 춤사위. 익살스런 표정까지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소년들....한명한명 올라탈때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얼굴이 벌개지도록 안간힘을 쓰던 옛 추억^^* 

 

양 옆을 꽃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다리를 비껴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두 줄로 나란히 놓인 징검다리와 만나는데 다리를 건너는 이들의 반영이 아름다웠다. 

물길은 바지가랑이 걷어올리고 첨벙첨벙 건너는게 최고인데..

 

 

 바다에 몸을 맡긴 채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해변을 맨발로 걸어보았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  달려와 발목을 감싸는 파도의 기분좋은 서늘함

아쉽게도 해변 중간에서 올라서야했다. 

 

 

모래를 털고 올라서는 길...셔터를 누르는 순간 하얀눈님은 뒤돌아서고

아마도 나 이외에 맨발로 걸었던 또 한사람  산울림산악회에서 오신 김여사님...또 뵙기를 바랍니다. 

  

 

 

바다가 있어 소나무는 더 든든해보였고

소나무가 있어 바다는 더 푸르렀다.

 

이어지는 해병대길

 거대한 절벽 틈새마다 돌이 끼워져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염원을 담아 저리했을까?

매워님이 동그란 돌 하나를 손에 집어들었다.

나도 작은 돌 하나를 올려놓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작은 돌에 담을 소박한 바램조차도 이 순간에는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곳곳에 갯메꽃이랑 갯까치수영 용가시? 등 갯가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래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부근에서  시원한 물에 탁족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지압길과 해변을 맨발로 걷고 또 중간에서 용출수로 탁족을 한 때문인지 17.4킬로를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묘도.  밭도. 집도 돌로 둘러쌓여 있다. 

 

돌을 골라내는 아저씨의 표정이 덤덤하다. 

뒤로 보이는 오름 이름이 궁금하다.

해녀들을 만났다. 

물질하는 해녀.  잡아온 성게를 고르는 해녀 .....

모두들 나보다 연배가 많아보인다.

제주해녀의 명맥이 계속 이어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덧 종착지인 대포포구에 도착했다.

조금 더 놀멍쉬멍 유유자적 걸었더라면 ..... 

 

 

한라산 산행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모든 서부가족들이 함께 걸은 올레8코스의 추억도 아름답게 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