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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모악산

2010. 7. 18일 일요일

 

 

이틀동안 퍼부으며 여기저기 피해소식을 전하던 비도 말끔하게 그쳤습니다.

산길은 촉촉했고 한고비 올라설때마다 선선한 바람이 기분좋게 맞아주네요.

 

 

주차장에서 보는 건너편의 산너울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건너편에서 마주본듯한 익숙함이 배어있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거기에서

이쪽을 건너다보며 "참 아름답구나" 생각했었지요

피안의 세계는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요?

 

 아치형 다리를 건너고 멋진 계곡입구에 다다랐는데

길을 잘못들었답니다.

다시 오던길을 되짚어 예정했던 등로를 따라 오릅니다.

리더의 역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리더를 믿고 따라가는 사람들의 자세도 중요하다는것을 일깨웁니다.

 

계곡을 보니 그냥 눌러앉아 발 담그고 물과 함께 놀고 싶어지네요.

 

아래 보이는 저수지는 "구이지"라는군요

이곳이 고향이라는 하얀눈님이 알려주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봉오리 끝이 분지처럼 평평해보이는 산봉오리가 대둔산 산행 때 바라보이던 월성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냥 첫 느낌이 그렇습니다.

방향을 가늠할 수 없지만 어디메쯤엔 그 산자락도 보일것 같은데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했네요.

 

 

제법 가파른 오름길이 무척 힘이 듭니다.

땀을 뻘뻘흘리며 한발한발 힘겹게 옮겨봅니다.

부지런한 산벗님들께서 순간순간의 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네요.

산행의 힘겨움은 등뒤로 숨긴채

환한 웃음과 즐거움만이 남아있습니다.

 

 

바위지대를 힘겹게 오릅니다.

사진을 찍어주신 산님께서 사진 설명에

수선화가 떠오른다고 했네요.

가녀린 이미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르시스트도 아닌데..??

아마도 모자의 넓은 챙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사진을 보며 혼자 웃습니다.

만년 꼴찌라하기엔 제법 산꾼의 티가 나는 모습이라서요.

 

이정표에 모악산 정상이 800미터 남았다는군요.

힘들게 오르는 나를 보고는 내려오던 산님께서 "거의 다 왔습니다" 하며 격려를 해주십니다.

"아직 800미터나 남았다는데요" 하는 말을 뱉어버리고 나니 후회가 됩니다.

아무 말도 하지 말것을...

그것이 상대의 친절을 받아들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하는 뒤늦은 깨달음..

 

가파른 오름길 중간 바위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고 돌아서는데

산 사람님이 보고 가라며 길을 안내합니다.

까치살모사라네요.

보면 무조건 피하는게 상책인 맹독성의 뱀이랍니다.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네요.

저 아이를 보는 순간 문득 "혼불"에 나오는 청암부인이 떠오릅니다.

어떤 이미지가 연관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날을 세우고 사는 고독함....

범접할 수 없는 서늘함???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바라만보다 장근재로 향합니다.

그냥 발길을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은.. 애틋한 그리움이 없는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년전 저 능선 어딘가를 힘겹게 오르던 저 자신에 대해말이죠. 

 

 

오늘 산행중에 제일 많이 본 꽃인것 같습니다.

꽃대를 따라가며 달리는 비비추에 비해 꼭대기에 모여 달리는 일월비비추

뒷모습만 슬쩍 들여다봅니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설물들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나같은 길치에게는 가끔 고마운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저것들이 아니었으면 알아볼 수 없었을테니까요. 

 

 

금산사가 보이고 중앙의 저수지가 금평저수지일까요?

오면서 보니 저수지를 바라보며  화려한 사찰이 들어서 있더군요. 

 새로운 얼굴들..

반가운 사람들..

전망대 뒤쪽 풍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바람에 몸을 맡긴 단풍잎들의 군무...

누군가는 바람이 웃는다는 멋진 표현을 했더군요.

그 풍경의 느낌을 살릴 수 없을것 같아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오늘 산행중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이렇게 가끔은 비틀어 보는것도 재미있습니다.

비틀린 모습에 비틀린 마음을 더해 바라보는 비틀린 시선의 사람들이 없다면 말이죠.

 

배재에서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내려가는 길은  힘은 조금 덜 들지만

내겐 더 조심스러운 길입니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군요.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뒤에서 누군가 미끄러지는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나를 밀까봐서요. ^^*

 

 

물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가 없네요.

슬쩍 손을 담가봅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도 표정이 굳어지는데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 밖에 있는것들을 모두 놓아버리고나니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금산사는 그냥 문밖에서 멀리 바라만 보고 왔습니다.

 

 

활짝 열려있는 금강문과 천왕문

열려있는 문도 들어가지를 못하고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보고 왔습니다.

저 잠겨있는 사립문은 어디로 통하는 문일까요?

 

 이곳이 고향이라는 분이 금산사 경내로 들어서지 못하고

문앞에서 그냥 돌아섰답니다.

기억속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진 모습을 보며 느낄 생경함이 싫었을테지요.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제 고향 부석사를 보면서 저도 자꾸만 제게서 멀러져가는것을 느끼니까요